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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직원들 "가슴 큰 백인 여성 '원더우먼'은 여권신장 대표 아니다" 임명 철회 요구

중앙일보 2016.10.2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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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시리즈 속 원더우먼.



유엔이 만화 캐릭터 '원더우먼'을 여권신장 명예대사로 임명하기로 한 것에 대해 유엔 직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각) 유엔 직원 600여 명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여권신장 명예대사 '원더우먼'의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서에 사인했다고 보도했다. 반 총장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공언했던 것도 함께 언급했다.

청원서는 만화 캐릭터 '원더우먼'에 대해 "불가능한 비율의 큰 가슴을 지닌 백인 여성으로, 미국 국기를 모티브로 한 허벅지가 드러나는 수영복과 무릎 높이의 부츠 차림"이라며 성평등을 위한 유엔의 여성대변인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청원서는 또 "유엔은 원더우먼이 전세계 여성과 소녀들의 롤모델이며 존경해야 할 대상이라고 결정한 것"이라며 "명예대사 임명과 관련해 전 세계로 퍼지는 유엔의 메시지는 매우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유엔이 모든 여성의 권리 신장을 위해 투쟁할 수 있는 현실 세계의 여성을 찾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NYT는 유엔이 원더우먼을 선택한 이유로 젊은 층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창의적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하며, 하지만 원더우먼 캐릭터는 유엔 창립 이전에 등장해 곧 75세가 되는 오래된 캐릭터라고 지적했다.

또 여성이 신임 유엔 사무총장에 지명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국 남성인 구테흐스를 선택한 상황에서 이런 결정은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못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 안팎의 여성 대사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리투아니아의 레이몬다 머모케이트 대사는 트위터에 "왜 현실 세계의 여성들은 선택될 수 없는가"라고 말했다.
앤 마리 게츠 전 유엔 수석 고문은 "혐오스러운 결정"이라며 "(원더우먼의 무기 가운데 하나인) 진실의 올가미(lasso of truth)는 유엔의 위선을 드러내는 데 사용돼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13일 유엔은 원더우먼을 여권신장 명예대사로 임명하고, 원더우먼이 탄생 75주년을 맞는 오는 21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임명식을 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자리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참석할 예정이며, 기념우표도 발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박혜민 기자 park.hy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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