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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레터] 가을 앞에 선 사람들

중앙일보 2016.10.2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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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으로 제법 찬 기운이 도는 가을입니다. 낙엽도 뒹굴기 시작합니다. 낙엽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탄생의 시작임을 깨닫는 건 쉽지않은 일입니다.

대통령이 최순실씨 관련 의혹에 대해 “어느 누구라도”, “엄정 처벌”을 말한 뒤 검찰이 바빠졌습니다.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자들을 소환하고 독일로 출국했다는 최씨의 소재 파악에 나섰습니다. 최씨의 딸(정유라)은 국제승마연맹(FEI) 홈페이지에 올린 자기 소개에서 ‘유명한 친인척(Famous relatives)’란에 아버지 정윤회씨를 적었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참모(aide)로 일했다’면서…. 공교로운 건 근거로 명시한 게 2014년 12월3일자 한겨레신문 기사입니다. 그 기사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문고리 3인방은 생살이고, 최순실은 오장육부다. 생살은 도려낼 수 있지만 오장육부에는 목숨이 달려 있다”

최씨의 생명력이 질길 것임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그런 최씨가 5년 단임 정부의 ‘가을’을 맞아 검찰 수사 앞에 서 있습니다.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정계복귀 선언을 한 날, 전남 강진의 토담집을 찾았습니다. 2년2개월을 머문 손 전 고문이 떠나고 난 자리에 찾아간 기자를 맞은 이는 진돗개 ‘해피’였습니다. 책장에는 소설가 김진명의 실명 정치 소설 『킹 메이커』,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정관용 교수 등이 쓴 『문제는 리더다』란 책이 남아 있었습니다. 손 전 고문은 ‘킹’ 대신 ‘킹 메이커’로서 여의도에 돌아온 걸까요. 바람만이 아는 대답입니다.

중국을 방문중인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언행이 연일 화제입니다. 베이징 한복판에서 “미국과 작별을 말할 시간이다. 미국을 찾지 않겠다”고 선언한 두테르테를 중국 정부는 영웅처럼 모시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 앞에서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선 ‘건방진’ 필리핀 대통령에게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대지도자”라는 헌사를 선물했습니다. 바다 밖의 정치나 바다 안의 정치나 매한가지 입니다. 적의 적은 동지입니다. 그런 두테르테 때문에 미국은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를 필리핀으로 급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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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시끄러움 때문에 존재하는 뉴스라지만 10월의 넷째주 주말만큼은 낙엽의 재탄생을 사색하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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