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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외친 경제장관회의…멤버 17명 중 14명이 불참

중앙일보 2016.10.21 02:32 종합 1면 지면보기
“비상한 각오를 갖고 위험 요인을 무겁게 점검해 나가겠다.”

경기·수출 빨간불 켜지는데
행사 참석, 해외 출장 이유로
핵심 국토·산업장관도 빠져

1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표현을 동원해 참석자들에게 긴장감을 가지라고 주문했다. 한국 경제는 현재 비상 상황이다. 수출과 내수 모두 불안하다. 경기 절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구조조정 본격화에 따른 고용 불안, 부동산 시장 과열 양상 등 곳곳에서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위기 국면에 대응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유 부총리는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앞으로 정부 ‘경제팀’이 매주 회의를 열어 현안을 논의해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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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작 이날 회의에서 주요 경제부처 장관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참석 대상은 16개 부처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 등 17명이지만 회의에 참석한 장관은 세 명뿐이었다. 국토해양부·산업통상자원부·농림축산식품부 등은 불참했다. ‘장관 없는’ 경제장관회의가 열린 것이다. 각 부처는 이들의 불참 사유로 각종 행사 참석과 해외 출장 등을 들었다.

경제관계장관회의는 제3공화국 시절 경제기획원이 주도한 경제장관회의가 모태다. 김대중 정부 때인 98년 4월 폐지됐다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부활했다. 부총리 주도로 주요 경제 현안을 논의하고, 부처 간 이견도 조율하는 게 목적이다. 공식 참석 멤버는 17명이고, 회의는 격주로 수요일에 열도록 대통령령에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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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운영이 형식에 그쳐 위기 국면에서 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이 관가에서도 나온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통상 해당 부처의 공식 안건이 올라갈 때만 장관이 참석하고 그 외에는 주로 차관이 가는 게 관행”이라고 말했다. 물론 회의에 장관들이 모두 참석한다고 반드시 위기 극복 해법을 찾는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공식 회의체마저 내실 있게 운영되지 못하면서 컨트롤타워는 실종되고 주요 정책에서 부처 간 엇박자는 심화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서별관회의를 대체해 재정·통화, 금융·실물을 망라한 종합적이고 밀도 있는 논의와 소통이 이뤄질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조민근·황의영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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