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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30대 강간범 전자발찌 끊고 10개월째 도주 중

중앙일보 2016.10.21 02:00 종합 8면 지면보기
위치추적전자장치(전자발찌) 착용 대상인 범죄 경력자가 현직 경찰관을 사제 총으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난 특수강간사범이 10개월째 체포되지 않은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전자발찌 부착자 관리시스템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착용자 8년 새 16배 2494명으로
제도 도입 뒤 훼손 사건 76건
위치 이탈 경보 작년 318만 건
총격 살해범 성병대 우범자 관리
경찰, 7월 최고등급서 최하로 낮춰
“법무부와 관리 중복돼 등급 조정”

새누리당 김진태·주광덕 의원이 최근 법무부로부터 받은 ‘전자발찌 관리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19일 대전시 중구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나모(37)씨는 현재까지 미검거 상태다. 소재 파악도 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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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01년 강도 등 특수강간죄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2011년 출소했다. 관련 법규 소급 적용으로 2013년 전자발찌 부착 명령(2013년 5월~2019년 9월)을 받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나씨에게는 동종 전과가 많다. 현재 지명수배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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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제도가 도입된 2008년 9월 이후 발생한 전자발찌 훼손사건은 76건이다. 정해진 지역에서 벗어나거나 전자발찌에 위력을 가할 시 울리는 경보도 2013년 168만20건, 2014년 276만5990건, 지난해 318만607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김 의원은 “부착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쉽게 전자발찌를 훼손한다. 전자발찌 기능 강화와 훼손 시 처벌수위 상향, 부착자 심리치료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관계자는 “2008년 151명이던 전자발찌 착용자는 2016년 6월 기준으로 2494명으로 16배가 됐다. 반면 이들을 모니터링하는 전국의 보호관찰소 전담 직원은 141명에 불과해 업무가 과중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경찰관을 살해한 성병대(46)가 범행 직전에 부엌칼로 전자발찌를 끊어 버린 것으로 확인돼 훼손이 쉽지 않도록 전자발찌 재질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이 지난 7월 성병대의 우범자 관리 등급을 가장 낮은 수준인 ‘자료보관 대상자’로 변경한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경찰청 예규 ‘우범자 첩보수집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우범자를 ▶중점관리(1단계·매달 주변 탐문) ▶첩보수집(2단계·3개월마다 첩보수집) ▶자료보관(3단계) 등급으로 나눠 관리한다. 성병대는 2012년 9월 출소 당시 ‘첩보수집’ 대상자였지만 전자발찌 부착 이후인 지난해 5월 가장 높은 등급인 ‘중점관리’ 대상이 됐다. 그러나 범행 3개월 전 다시 관리 등급이 낮아졌다. 경찰 관계자는 “법무부에서 전자발찌 부착자를 관리하는 만큼 경찰이 중복 관리할 필요가 없고 부착기간이 끝나면 재심사하면 되기 때문에 등급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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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 때도 피해망상 증세=법무부는 성병대에게 전자발찌가 부착된 2014년 4월부터 총기 난사사건 발생 전까지 2년6개월 동안 총 74회 그를 면담했다. 마지막 면담은 사건 사흘 전인 16일에 이뤄졌다. 그는 면담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 법무부 관계자는 “성병대가 ‘복역 당시 교도관이 음식에 에탄올을 타 자신을 해하려 했다’거나 ‘경찰이 사건을 조작하려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등 피해망상적 발언을 했다. 하지만 공격적인 징후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20일 오전 1시쯤 압수수색에 나선 경찰관에게 이끌려 집으로 왔을 때도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경찰과의 총격전에서 손과 배에 총상을 입어 피가 흥건한 셔츠를 입고 있던 그는 “가스 유출사고를 가장한 암살 프로젝트가 있었다. 내가 다 알고 있다”며 소리를 질렀다. 범행 동기를 묻자 “여기는 누나가 소개해 준 방”이라며 횡설수설했다.

현일훈·윤정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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