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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복이 보낸 대북 통지문에 기권결정 문구 없어”

중앙일보 2016.10.21 01:53 종합 1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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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앞서 김만복(사진)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보낸 대북 통지문에 ‘기권 결정을 했다’라는 내용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한에 기권 결정을 통보한 것이라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의 주장과 상반된다. 이에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빙하는 움직인다』)에 나오는 ‘북한 쪽지’가 진실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여권 인사, 문재인 측과 상반된 주장
김만복 “국가기밀 누설한 것” 반발
김경수 “16일 기권결정 메모 있다”
문 “종북놀음 새누리 지질한 당”

익명을 요구한 여권 관계자는 20일 “김 전 원장이 핫라인을 통해 먼저 ‘우리가 어떤 결정을 하든 남북 관계에 변화가 없을 것’이란 취지의 대북 통지문을 보냈다”며 "‘기권’을 통보하는 표현이 없어 문 전 대표 측 주장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찬성하면 북남 관계에 위태로운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협박성 답신을 보냈으며 대북 통지문은 북한 쪽지(대남 통지문)와 함께 국정원이 기밀로 보관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찬성할 경우를 전제로 답신을 보냈기 때문에 의견을 묻는 대북 통지문에 ‘기권 결정’이 빠진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보위 간사인 이완영 의원도 “이병호 국정원장이 핫라인 접촉 내용을 ‘NCND(긍정도 부인도 안 함)’했지만 ‘쪽지와 관련된 자료가 있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기권 결정’이 빠진 대북 통지문을 보냈다는 데 대해 김만복 전 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며 “통지문 자체가 국가기밀이다. 그 내용을 얘기한 사람은 국가기밀을 누설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대북 통지문을 보낸 사실을 부인하진 않았다. 국정원 측도 이날 저녁 본지의 확인 요청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표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김경수 민주당 의원은 이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11월 16일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하기로 결정한 회의 메모가 있다”며 맞불을 놨다. 김 의원은 “당일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비공개 회의에 배석해 회의 내용을 기록했다”며 “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은 ‘외교장관이 양보하세요. 이번엔 우리가 부담되더라도 모험이 안 되게 갑시다. 이번에는 기권으로 합시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회의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근거로 16일 결의안 기권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이후 북한에 기권 결정을 통보했다는 주장을 고수한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방문한 자리에서 “새누리당은 종북 놀음과 색깔론에 빠져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민생경제를 살릴 방안을 찾으러 다니겠다”고 답했다. 새누리당을 겨냥해 “문재인에게 타격을 줄 궁리를 하는 정말 지질한 정당”이라고도 했다. 회고록에 관한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언론이 말을 그대로 다뤄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나타내며 추가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떴다.

민주당은 회고록과 관련해 ‘북한 내통·모의’ 등의 발언을 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박명재 사무총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3명을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검찰에 고발했다. 새누리당 ‘북한결재사건 진상규명위’ 부위원장인 박맹우 의원은 “거짓말이 새 거짓말을 만드는 형국”이라며 “문 전 대표가 자신 있다면 당시 자료를 공개하면 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충형·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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