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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안철수에게 힘 합쳐 정권교체 하자 제의했다”

중앙일보 2016.10.21 01:49 종합 1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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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20일 국회에서 정계 복귀와 함께 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뒤 차량에 탑승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 박종근 기자]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20일 정계 복귀를 발표하면서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2014년 7·30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뒤 바로 다음날 정계를 떠났다. 이후 전남 강진에서 2년2개월간 칩거해 왔다.

정계 복귀 발표 날 민주당 탈당
8월 말 강진서 만나 의기투합
“개헌으로 제7공화국 열어야”
측근 “국민의당 입당은 안 할 것”

손 전 고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987년 헌법 체제가 만든 6공화국은 명운을 다했다”며 “6공화국 체제에선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더 이상 나라를 끌고 갈 수 없으므로 (개헌을 통한) 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와 경제의 새판 짜기에 저의 모든 것을 바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이 일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 국회의원·장관·도지사·당 대표를 하며 얻은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당적도 버리겠다”며 민주당 탈당 의사를 밝혔다.

손 전 고문은 “명운이 다한 6공화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이 저한테는 아무 의미가 없다”며 “제7공화국을 열기 위해, 꺼져버린 경제성장의 엔진을 갈아 다시 시동을 걸기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만 보고 소걸음으로 걸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손 전 고문은 이날 회견에서 저서 『나의 목민심서-강진일기』를 들어 보였다. 그는 저서에서 지난 8월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정권교체에 힘을 합치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손 전 고문은 강진일기의 ‘새판 짜기’ 장에서 “술을 전혀 못하는 걸로 알았던 안철수 의원이 만남에서 막걸리 한 잔을 마신 뒤 국민의당으로 오라면서 새로운 당명을 포함해 모든 당 운영에 대해 나한테 열겠다는 말을 했다”며 “진정성이 느껴져 나도 진심을 얘기했다”고 적었다. 손 전 고문은 안 전 대표에게 “이명박·박근혜 10년 정권이 나라를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놓았는데 이걸 바로잡으려면 10년이 넘게 걸릴 거다. 그러니 우리 둘이 힘을 합쳐 10년 이상 갈 수 있는 정권교체를 합시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손 전 고문은 4·13 총선 당시 김종인 당시 민주당 대표로부터 선거 지원 요청을 받고도 응하지 않은 이유를 저서에서 설명했다. 그는 “더민주당이 그 민주당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대한민국 민주정치의 한 축으로서 이승만 독재정권에서도, 박정희 유신정권에서도, 1980년대 군부독재의 압제에서도 명맥을 이어오며 민주주의를 지켜온 그 민주당, 그런데 지금의 민주당은 더 이상 그 민주당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손 전 고문이 안 전 대표와 손을 잡기로 했다는 의중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친문(문재인) 주류가 장악한 민주당을 자신이 대표를 지낸 민주당이 아니어서 총선 때 지지하지 않았다고 밝힘에 따라 야권에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는 거리를 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손 전 고문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 그를 접촉한 국민의당 의원은 “외부에서 세력을 키운 뒤 내년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이나 국민의당과 연합을 시도해 본인이 대선후보가 될 여지를 모색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학규계 이찬열 의원은 이날 “손 전 고문 덕분에 3선까지 했으니 대표님이 있는 곳으로 가겠다”며 동반 탈당을 시사했다. 그러나 다른 손학규계 의원들은 탈당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손 전 고문이 조력자 역할을 하는 건 몰라도 대선후보로서 손 전 고문은 동력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비문 진영 의원은 “문 전 대표로 굳어져 보이던 판에 손 전 고문이 파열구를 뚫은 만큼 큰 둑이 터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글=김성탁·안효성 기자 sunty@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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