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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글로컬] 권역응급센터 취소는 대증요법일 뿐

중앙일보 2016.10.21 01:11 종합 2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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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희
내셔널부 기자

전북대병원의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이 취소됐다. 2000년 7월 전북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지 16년 만이다. 정부가 지난달 30일 전북 전주에서 견인차에 치여 숨진 김모(2)군이 처음 이송된 전북대병원에 책임을 물은 것이다. 김군이 다른 병원 13곳에서 전원(傳院)을 거부해 사고 발생 8시간 뒤에 수술을 받고 숨진 지 19일 만에 내려진 극약 처방이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중앙응급의료위원회를 열어 전북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전남대 권역외상센터 지정을 취소했다. “김군이 전북대병원으로 이송됐는데도 적절한 치료와 전원이 이뤄지지 않았고, 전남대병원은 골반 골절에 따른 환자 상태가 비교적 상세히 전달됐는데도 중증외상환자로 판단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이를 두고 “전체적인 응급의료시스템의 개선보다 일부 병원만 일벌백계하는 땜질식 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가 6개월 뒤 재지정할 수 있다고 했지만, 취소 기간 두 병원이 각각 권역응급센터와 외상센터의 엄격한 시설·장비·인력 기준을 지킬 법적 의무는 사라졌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대학·종합병원이 드문 전북과 광주·전남 지역에선 응급환자가 생기더라도 두 병원의 ‘의사적 양심’에 맡겨야 하는 불안정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특히 전북의 경우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전북대병원이 유일했다. 지난해 전북대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 3만1425명 중 중증환자는 4918명이었다. 다른 의료기관에서 받은 환자도 9526명(30%)에 달할 만큼 의존도가 높다.

김군이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서 권역응급센터·외상센터·후송체계 모두 허점을 드러냈다. 수천억원을 쏟아부은 응급의료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의료계 안팎에서 “현행 시스템에선 두 살배기 사망 사고는 어느 병원이나,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 역시 당장 책임을 묻기보다 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지 의료 현장의 목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채 특정한 증세만 치료하는 대증요법(對症療法)으론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들을 살려내기 어렵다.

김준희 내셔널부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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