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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미래 찾겠다”…우물 밖으로 나가는 네이버

중앙일보 2016.10.21 01:00 경제 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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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이사회 의장

네이버가 새로운 스테이지(무대)를 준비하고 나섰다. 지난 8년간 네이버를 이끌어 온 ‘이해진·김상헌 투 톱’이 국내 무대에서 물러난다. 아시아를 넘어 유럽·북미 시장에서 네이버의 미래를 찾기 위해서다. 네이버의 신임 대표(내년 3월 취임)엔 한성숙 서비스총괄 부사장이 내정됐다. 네이버 첫 여성 대표이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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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헌

네이버는 20일 창업자인 이해진 이사회 의장과 김상헌 대표가 내년 3월 현직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 의장은 네이버가 개척에 나선 유럽 시장에서 시간을 보내며 투자에 전념할 예정”이라며 “유럽에서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고 네이버의 해외 사업전략을 짜는 데 집중하기 위해 의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인 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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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장이 해외로 눈을 돌린 지는 오래됐다. 2011년 네이버 최고전략책임자(CSO)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부터 국내 사업에선 손을 뗐다. 이후 줄곧 경영진에게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동력을 찾지 않으면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을 강조했다. 일본과 아시아에서 라인이 성과를 내고 있었지만 ‘제2의 라인’과 ‘넥스트 라인’에 대한 고민은 계속됐다. 해법은 지난 7월 라인의 도쿄·뉴욕 증시 상장에서 나왔다. 아시아 밖으로 뻗어나가는 데 필요한 투자 자금이 확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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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네이버

우선 이 의장은 프랑스와 독일·영국 등 유럽의 창업 허브로 꼽히는 지역에서 투자·육성 대상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벤처캐피털 펀드 출자는 그 시작이다. 네이버와 라인은 지난달 30일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장관이 설립한 코렐리아캐피탈에 각각 5000만 유로(약 600억원)씩 총 1억 유로를 출자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기자 간담회에서 이 의장은 “계속 변화해야 한다”며 “이 다음에 (네이버가) 도전해야 할 곳이 어디인가 많은 고민을 하다가 유럽을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유럽은 미국보다 벤처 생태계가 약하지만 혁신기술과 자본에 대한 수요는 높아지고 있어 네이버로서는 기회가 더 많을 수 있다. 특히 구글 등 미국 기업들과 세금·데이터 주권 문제로 대립하는 유럽과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좋다.

이해진 의장, 김상헌 대표 내년 3월 사퇴…유럽에 집중
스타트업 발굴과 라인·스노우 등 시장 확대 승부수
한성숙 새 대표는 국내 신사업 발굴 역할 맡을 듯

이 의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제가 다시 회사에 기여하는 길은 또 다른 해외시장에 나가 후배들이 준비됐을 때 또 다른 성공을 이루도록 디딤돌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해외에서 새로운 성장거리를 찾아 돌아오겠다는 얘기다. 네이버 관계자는 “굳이 이사회 의장직까지 내려놓은 건 배수진을 치고 해외에서 성과를 가져오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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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네이버

내년 3월 함께 물러나는 김상헌 대표는 당분간 고문으로 유럽 사업에 함께할 가능성이 크다. 김 대표는 프랑스 코렐리아캐피탈 펀드 출자를 이끌어 왔다. 판사 출신인 김 대표는 LG전자를 거쳐 2007년 네이버에 합류, 2009년 네이버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했다. 매출 1조원 안팎의 정보기술(IT) 기업을 매출 3조원대, 시가총액 27조8205억원짜리 기업으로 안정적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대표도 스스로를 “성장하는 나무를 받쳐 주는 ‘지지대’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권유로 진경준 전 검사장(구속)과 함께 넥슨에서 돈을 빌려 2005년 넥슨 비상장 주식을 매입한 문제로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그런 일들과) 이번 인사는 무관하다”며 “김 대표는 라인 상장을 마친 후 네이버에 필요한 새로운 리더십에 대해 오래 고민한 끝에 (물러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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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숙

◆‘제2 라인’ 키울 전진기지 네이버=네이버의 새 얼굴은 한성숙 현 서비스총괄 부사장이다. 내년 3월 대표로 취임하면 한 총괄은 국내 시가총액 30위 이내 기업 중 유일한 여성 CEO가 된다. 네이버와 경쟁하던 검색엔진 엠파스에서 2007년 옮겨왔다. 네이버의 콘텐트·검색·플랫폼 등 신규 서비스를 대부분 이끌었다. 특히 최근 3년간 네이버의 모바일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인 한 내정자가 이끌 네이버는 국내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동시에 해외로 내보낼 후보군을 두텁게 확보하는 전진기지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서비스로 키우고 있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브이 라이브’나 ‘라인 웹툰’ ‘스노우’처럼 사내 벤처·자회사로 성장할 재목들을 발굴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채선주 네이버 부사장은 “네이버는 꾸준히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넥스트’(새로운 주자)를 발굴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련·김경미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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