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환기·천경자·이응노…거장이 그린 책 표지

중앙일보 2016.10.21 00:54 종합 25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김환기 화백이 그린 책표지 『제3인간형』(왼쪽), 천경자 화백의 『역사는 흐른다』.

김동인의 『발가락이 닮았다』(1948·수선사), 안수길의 『제3인간형』(1954·을유문화사), 황순원의 『카인의 후예』(1954·중앙문화사) 등은 20세기 한국 문학사에 꼽히는 소설이라는 점 이외에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김환기(1913~1974) 화백이 표지 그림을 그렸다. 김 화백의 ‘장정(裝幀) 예술’ 목록에는 ‘현대문학’ 창간호(1955), 이희승 시집 『심장의 파편』(1961·일조각)도 포함된다.

삼성출판박물관 ‘책이 된 예술…’ 전
“책 내용 아닌 그림 감상” 이색 기획

일제 강점기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우리 도서의 장정은 주로 화가들이 맡았다. ‘장정’이란 책의 겉모양을 꾸미는 것을 뜻한다. 책 디자인 개념과 컴퓨터가 본격 등장하기 이전, 아직 책이 귀했던 시절의 소박한 추억을 되새겨보게 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책의 내용이 아니라 표지 그림을 감상하는 ‘이색 도서전’이다. 서울 구기동 삼성출판박물관(관장 김종규) 특별기획전 ‘책이 된 예술, 예술이 된 책’이다. 11월 말까지다.

김환기 뿐 아니라 김용준·정현웅·김기창·길진섭·장욱진·구본웅·남관·박서보·박고석·이응노 등 많은 화가들의 장정을 감상할 수 있다. ‘미인도’ 진위 논란을 겪은 천경자 화백이 장정한 한무숙의 『역사는 흐른다』(1956·정음사)와 이영도 시인의 수필집 『춘근집』(1958·청구출판사)도 소개된다. 단색화로 유명한 박서보 화백이 장정한 이어령의 첫 평론집 『저항의 문학』(1959·경지사)도 눈길을 끈다. 장르를 초월해 저명 작가 60여 명의 작품이 담긴 책 110여 권이 전시되고 있다.

김 관장은 “우리 출판물의 아날로그 물질성에 바탕을 둔 예술성은 대단히 뛰어났다”며 “책은 그 내용에만 착심(著心)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예술적 특성으로도 감상할 수 있다”고 했다.

배영대 문화선임기자 balanc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