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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이화여대 사태 결국 교육부가 나서야

중앙일보 2016.10.21 00:18 종합 3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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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만
사회1부 기자

20일 경기도 일산 ‘행복교육’ 박람회에서 열린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기자단 오찬. 행사 이름인 ‘행복교육’이 역설적으로 들릴 만큼 기자들의 관심은 최순실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에게 쏠려 있었다.

이 부총리는 정씨의 특혜 의혹에 대해 “이화여대에서 자료를 받아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며 “감사를 할지 말지 11월 초께가 돼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의 특혜 배경에 청와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엔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라. 청와대가 특정 학생의 성적까지 어찌해라 지시를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기자도 이 부총리처럼 ‘상식’을 믿고 싶다. 그러나 다른 대학엔 없는 규정을 만들어 소급 적용하고, 출석 불량에 리포트까지 조잡한데 좋은 학점을 주는 것은 상식일까. 하필 학칙이 바뀐 뒤 정씨의 평균 학점이 0.11→2.27→3.30점으로 벼락 상승한 것도 우연만으로 보이지 않는다. 정씨가 입시를 치르던 2014년 체육특기자 전형에 승마가 신설되고, 원서 접수가 끝난 뒤 획득한 금메달이 입시에 반영된 사실 역시 상식으로 보기 어렵다.

교육부는 지난 4월 학생이 200명이 채 안 되는 장애학교까지 종합감사를 벌였다. 당시 감사에선 임금 141만원을 부당 수령한 교직원 등이 적발돼 10명에게 주의조치가 내려졌다. 설마 교육부는 이번 정씨의 특혜 논란이 월급 141만원을 추가로 받은 교직원보다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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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특혜 의혹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은 “특혜 입학은 없었다”는 말을 남기고 사퇴했다. 현재 이 사태를 조사해야 할 재단 측 위원회의 보직 교수들도 이미 사표를 던진 상태다. 정씨에 대한 학점 부여 등 학사 부실의 책임이 있는 일부 교수도 현재 학교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학이 스스로 시시비비를 가리기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물론 섣부른 감사 결정이 정씨의 특혜 의혹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는 이해한다. 하지만 “특혜가 없었다”는 최 전 총장의 말처럼 정말 아무 문제가 없다면 사실관계를 밝혀 억울한 누명을 거둬야 한다. 감자 캐듯 의혹만 줄줄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서둘러 진실을 밝히는 것이 대통령에게도 누가 되지 않는다. 반대로 문제가 있다면 공정히 옳고 그름을 따져 진위를 가리는 게 ‘상식’이고 순리다. 이미 여당인 새누리당의 심재철 국회부의장조차 감사를 촉구하지 않았나.

교육부 감사규정(훈령 179호 3조)에 따르면 ‘특정 업무·사업 등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해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고 개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특정 감사를 실시한다’고 돼 있다. 정씨의 특혜 의혹 논란만큼 감사에 대한 적절한 사유가 또 있을까.

윤석만 사회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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