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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박 대통령의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은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2016.10.21 00:15 종합 3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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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제3차 연례 동북아평화협력포럼을 이달 초에 주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한 동북아평화협력구상(NAPCI)의 구현을 시도하는 이 포럼은 동북아시아 국가들 간의 협력을 추구한다. 협력 대상 분야는 사이버 공간, 재난 리스크 관리, 핵 안전과 안보, 기후변화 같은 기능적인 문제들이다. NAPCI가 추구하는 것은 주요국 간 협력의 역사가 없는 이 지역에 제도적인 협력을 증진하는 것이다. NAPCI는 북한의 비핵화, 영토 분쟁, 역사 문제 등 국가들의 의견이 갈리는 까다로운 문제는 피한다. 대신 미국·한국·북한·중국·러시아·몽골 모두의 공통 관심사에 대해 협력적인 대화를 추구한다.

자연재해 같은 기능적 문제 다뤄
북핵 문제 해결에도 긍정적 역할
한·미 정부 교체로 미래 불투명
사무국 설립 등 제도화 추진해야


예를 들면 동북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의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한 지역이 될 것이다. 그래서 핵 안전을 다루는 NAPCI 워킹그룹의 전문가들은 공통의 안전 운영 절차를 논의한다. 전 세계 육지의 30%를 차지하는 아시아에서 자연재해의 40%가 발생한다. 또 자연재해로 인한 사상자 수는 세계 전체의 거의 80%다. NAPCI의 자연재해 워킹그룹은 아시아에서 덜 발전된 지역이 자연재해에 보다 잘 대비할 수 있도록 국가 간 협의를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1, 2차 NAPCI 포럼은 한국에서 개최됐다. 이번 제3차 포럼은 처음으로 한국을 벗어나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렸다. NAPCI의 주요 후원자는 미 국무부와 한국 외교부다. 한국과 미국이 NAPCI의 양축이다. 사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NAPCI를 강력히 지지해 왔다. 그는 박 대통령의 NAPCI가 그의 ‘아시아 중시 정책(Pivot to Asia)’과 부합된다고 언급했다.

6자회담이 이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NAPCI는 동북아 국가들 간의 안보 협력을 증진하는 유일한 대화 채널이다. 하지만 미국은 올해, 한국은 내년에 대선이 실시돼 정부가 바뀌기 때문에 NAPCI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몇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NAPCI라는 귀중한 노력이 미래에도 유지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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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공식적인 제도화를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 NAPCI 수립의 전제는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기능적인 협력이 국가들의 관심을 얻는 데 최상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관료주의적인 장애물을 만들 수 있는 너무 많은 규칙이나 규정은 불필요하다고 봤다. NAPCI를 가능하게 한 것은 주로 지도자들의 정치적인 의지였다. 이미 3차례 모임을 했지만 NAPCI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NAPCI에 대해 미래 지도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모든 회원국이 각기 공식 사무국을 출범시키는 게 중요하다. 정치적인 리더십의 부재 상황에서도 사무국을 통해 공식 모임과 전문가 모임의 정기적인 일정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NAPCI는 강대국의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다. 강대국들의 협력과 지원이 없다면 NAPCI 같은 조직은 딜레마에 직면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NAPCI 같은 모임은 한국과 같은 ‘중견국(middle power)’이 주도해야 한다. 중국이나 미국이 모임을 주도하면 불안정의 확대재생산이나 경쟁을 초래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NAPCI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미국이나 중국 같은 강대국의 후원과 지지가 있어야 한다. 불행히도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워싱턴 포럼 모임에 공식 대표를 파견하지 않았다. 표면상 이유로는 한국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도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NAPCI의 미래를 위해 좋은 징후는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불참한 정치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NAPCI의 유용성은 신문 1면을 장식하는 큰 문제에 대해 이견이 있더라도 ‘하위 정치(low politics)’ 분야에서 기능적 협력을 달성하는 데 있다.

셋째, NAPCI는 기능적 협력에 대한 자체 어젠다를 개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동아시아정상회의(EAS) 같은 지역 모임이 자신의 어젠다를 포함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NAPCI가 생존력을 확보하려면 더 큰 규모의 다자주의 모임에서 자신의 어젠다를 내세워 지역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넷째, 북한을 NAPCI에 참여시키는 문제가 있다. NAPCI에서 북핵 문제를 다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핵 문제에서 아무런 진전이 없더라도 NAPCI 모임에 북한의 참가를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공식 차원에서 그렇게 하는 게 힘들다면 전문가 모임 혹은 ‘트랙 투(track two)’ 차원의 참가를 고려할 만하다. 북한에도 자연재해가 많이 발생한다. 북한은 NAPCI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 자연재해 리스크를 줄이고 대응방식을 향상시킬 수 있다. 북한의 NAPCI 참가가 결코 핵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협력 분위기를 고취시켜 장기적인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사실 그렇게 하는 게 NAPCI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다.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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