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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리코가 도토리 먹여 키운 흑돼지라고? 등급 따라 달라요

중앙일보 2016.10.21 00:02 Week& 7면 지면보기
| 스페인산 돈육 수입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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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산 이베리코 목살구이.


지난 11일 서울 한남동의 주한 스페인 대사관저에서 ‘이베리코 데이’라는 이름으로 하몽(jamon)과 그 원재료로 쓰이는 돼지품종 이베리코(iberico) 알리기 행사가 열렸다. 국내 육류 유통 관계자와 셰프, 식당 경영자 등 30여명을 초청한 행사에 곤살로 오르티즈 디에즈 주한 스페인 대사도 참석했다. 한쪽에선 스페인에서 날아온 햄마스터(ham master·하몽 포를 뜨는 장인) 호세 솔이 능숙한 칼놀림으로 이베리코 뒷다리에서 얇은 포를 떠서 냈다. 그는 “한국에서 하몽 수요가 늘면서 제대로 포 뜨는 법을 배우려는 셰프들 수요가 많아 초청받아 왔다”고 말했다.

스페인대사관까지 나서서 이런 행사를 한 것은 한국에서 스페인 돈육 수입이 가파르게 늘고 있어서다. 농협 축산경제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돼지고기 수입량 총 35만8000t 가운데 스페인산은 4만4000t으로 미국과 독일에 이어 세 번째 규모였다. 수입액으로 보면 2013년 5300만달러(약 600억원)에서 2014년 2배 이상 늘었고(1억2670만 달러), 지난해엔 1억7850만달러에 이르렀다. 하몽만 보면 2013년 84만7000달러(약 9억5800만원)에서 2014년 115만2000달러로 늘었고, 올 8월까지 수입액은 46만4000달러다(한국무역협회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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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목 상태에서 도토리를 먹여 키우는 스페인의 이베리코(흑돼지) 농장.


하몽은 스페인어로 햄에 해당하는데, 돼지 뒷다리를 통째로 천일염에 염지(鹽漬)시켜 15~36개월 간 장기 숙성·건조시켜 만드는 것을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하몽이 ‘스페인에서 도토리를 먹여 방목해 키운 흑돼지(이베리코)로 만든 햄’으로 알려져 있지만 100% 사실은 아니다. 하몽을 만드는 품종은 백돼지(세라노)와 흑돼지(이베리코)로 나뉘고 이베리코는 그 안에서 베요따·세보데깜뽀·세보 등급으로 나뉜다. 최상급인 ‘이베리코 베요타’는 순종 이베리코를 17개월 이상 키우되 도토리철인 10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에 방목해서 키웠을 때만 부여된다. 이 뒷다리로 하몽을 만들었을 때 ‘하몽 이베리코 베요타’라는 명칭을 쓸 수 있다. ‘세보데깜뽀’는 100% 순종이 아닌데다 도토리와 사료를 섞여 먹인 것이고, ‘세보’는 교배종을 축사에서 사료를 먹여 키운 것이다.

호세 솔은 “한국 도토리와 달리 스페인산은 달짝지근한 맛이 나서 이걸 먹은 이베리코는 비계에서 특유의 고소한 풍미가 난다”고 소개했다. 일반적으로 17개월 키운 이베리코 뒷다리 한 개 무게는 8㎏ 정도로 뼈와 비계를 발라내면 하몽 4㎏가량을 얻을 수 있다.

최근엔 목살·삼겹살 등 구이용 부위도 수입되면서 일반인에게도 친숙해지는 추세다. 원래 스페인에선 하몽을 만들고 남은 돼지 부산물로 소시지 등을 만든다. 그런데 하몽 견학차 스페인 돼지 농장을 방문한 한국인 업자들이 냉동육 수입을 요청하면서 지난해 본격 수입이 시작됐다. 외식업컨설턴트 김인복씨는 “값싼 수입 냉동육을 쓰는 ‘무한리필삼겹살’집은 싫고, 소고기 못지않은 가격의 국산 생삼겹살은 부담스러운 소비자가 대안으로 찾는 분위기”라며 “다만 낮은 등급의 이베리코까지 모두 ‘도토리 마케팅’의 후광을 입는 측면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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