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팬들에게 유광점퍼는 가을야구와 동의어다. 유광점퍼를 입기 좋은 계절이 10~11월이기 때문이다. 양상문 LG 감독은 넥센과의 준PO에 앞서 “돔구장 기온이 섭씨 30도가 되더라도 유광점퍼를 입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광점퍼를 입고 열띤 응원을 하는 LG 팬들. [중앙포토]
9년 동안 가을 야구 실패한 2011년
박용택 “유광점퍼 사세요” 희망 전달
하위권 떨어지면 반값에 중고 거래
2013년 PS 진출하자 1만 벌 팔려
팬과 선수·팀 하나로 묶는 매개체
“스포츠 상품 중 가장 성공한 케이스”
지난 2005년까지 LG 선수들은 다른 구단과 마찬가지로 등산복 등에 쓰이는 하이포라 원단(방수·투습이 되는 기능성 섬유)으로 만든 점퍼를 입었다. 그러다 2006년 반짝이는 재질의 점퍼가 첫 선을 보였다. LG패션 디자이너들과 제작사 새시대스포츠가 협력해 폴리에스테르 섬유에 폴리우레탄을 압착한 형태의 점퍼를 개발했다. 당시 현대 유니콘스도 광택이 나는 점퍼를 입었지만 재질이 달랐다.
유광점퍼는 2010년부터 LG 구단 상품으로 일반 팬들에게 판매되기 시작됐다. 판매 초기에는 연간 400여벌 정도 판매되며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봄·가을용과 겨울용, 두 종류다. 유광점퍼의 가격은 공식 제품이 20만원 후반대, 레플리카(보급형)가 10만원 대다.

2011년 LG 박용택 “올해 꼭 가을야구를 하겠다. 유광점퍼를 준비하라” 큰소리. 유광점퍼가 유명 아이템이 된 계기.

2013년 유광점퍼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선 팬들. 당시엔 두 시간 동안 줄을 서도 사지 못했다.

LG 열성팬인 연기자 신소율이 ‘가을이다’라 는 제목으 로2014년 SNS에 올린 사진. 야구장이 아닌데도 유광점퍼를 입었다.
유광점퍼와 같은 스포츠 상품은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2002년 한·일 축구월드컵 당시 전국민이 입었던 붉은악마 티셔츠는 단기간 인기를 끌었던 품목이다. 그러나 유광점퍼처럼 오랜 기간 동안 스토리를 만들며 판매되는 단일 상품은 드물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체육교육 전공 교수는 “유광점퍼는 팬과 선수, 팀을 하나로 묶는 매개체로서 상징적인 역할을 한다. 선수들도 관중석에 가득 찬 유광점퍼를 보면 더 잘해야겠다는 자극이 될 것이다. 많은 팀들이 만들어내려고 노력하지만 아무나 이런 아이템을 가질 수는 없다. 지금까지 LG의 유광점퍼가 유일하게 성공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