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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 진출 좌절' 염경엽 넥센 감독 자진 사퇴

중앙일보 2016.10.17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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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48) 감독이 팀을 떠난다.

염 감독은 17일 준PO 4차전에서 패한 뒤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 2014년 11월 넥센과 3년 계약한 염 감독의 임기는 내년까지이지만 중도 퇴진하는 것이다. 염 감독은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는 "구단과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다"며 "4년 동안 우승의 기회가 있었지만 내 역량이 부족했다. 실패의 책임은 감독인 저한테 있다고 생각한다. 물러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PO 진출에 실패했다고 해도 넥센을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려놨던 염 감독의 자진 사퇴는 의외다. 올 시즌 중반부터 염 감독이 넥센 구단과의 갈등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지난 6일 그는 "나를 흔들지 말라. 다 놓고 떠날 수 있다. 이장석 구단 대표와는 문제가 없다"며 소문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이날 넥센 구단도 염 감독의 사퇴를 미리 파악하지 못했다. 양측이 충분하게 교감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태평양과 현대에서 유격수를 맡았던 염 감독은 2000년 선수 은퇴 후 현대·LG에서 운영·스카우트 업무를 맡았다. 그러나 오랫동안 지도자 공부를 해왔던 그는 지난 2013년 넥센 지휘봉을 잡자마자 단단한 리더십을 선보였다. 초보감독답지 않은 세심한 관리와 치밀한 작전을 펼치며 그해 넥센을 4위에 올려놓았다. 2008년 넥센 구단 창단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이다. 팬들은 그를 제갈량처럼 빼어난 지략가라며 '염갈량(염경엽+제갈량)'이라고 불렀다. 이듬해 염 감독은 유한준-박병호-강정호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을 앞세워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 대결했지만 준우승에 머물렀다.

강정호(피츠버그)가 메이저리그로 떠난 지난해에는 4위에 올랐다. 올해는 4번타자 박병호(미네소타)와 에이스 밴헤켄(세이부→넥센)마저 해외로 떠났다. 또한 필승조 조상우·한현희가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고, 마무리 손승락이 롯데로 이적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넥센은 최하위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염 감독은 꾸준히 발굴한 대체자원으로 올해 정규시즌 3위를 차지했다.

갑작스럽게 사퇴를 발표한 염 감독의 거취는 불투명하다. 앞서 SK는 김용희 감독과 재계약 발표를 포기했다. "염 감독이 포스트시즌 후 SK로 가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염 감독이 해설위원을 하면서 재충전을 할 거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염 감독은 일단 "넥센에서 보낸 5년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이후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고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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