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대 입학에 학점 특혜까지…최순실 딸 커지는 의혹

중앙일보 2016.10.17 21:12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 딸 정유라(20·정유연으로 개명)씨의 이화여대 입학과 학점 취득 특혜 의혹이 갈수록 커가고 있다. 최씨는 고(故) 최태민 목사의 다섯 째 딸이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40여 년 친분을 갖고 있다. 정씨는 최씨와 박 대통령의 전 보좌관인 정윤회(61)씨 사이에서 태어난 외동딸이다.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최씨의 딸 정씨가 이화여대 입학 당시 학교 측의 여러 배려로 합격했고, 입학 뒤에는 불성실하게 수업에 임했는데도 무난하게 학점을 땄다는 게 골자다.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17일 오후 최근 학내 갈등에 대해 교직원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잇따라 설명회를 열었다. 교직원 설명회가 끝난 뒤 학생들이 설명회장 입구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씨는 2014년 9월에 실시된 이화여대 수시 전형에서 체육특기자로 입학했다. 그해에 이 학교는 체육특기자 입학 가능 종목을 11개 종목에서 23개 종목으로 늘렸다. 이 때 추가된 종목 중 하나가 승마였고 정씨는 추가된 종목에서 선발된 유일한 합격자였다. 서류 제출 마감 기한 이후에 획득한 아시안게임 승마 단체전 금메달이 입학 전형에 반영됐다. 

 
기사 이미지

최순실 딸 정유라씨.

'학점 특혜'도 논란거리다. 학교 측은 지난 6월 '국제대회·연수·훈련 등에 참가한 경우' 출석으로 인정하도록 학칙을 바꿨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정씨의 체육과학부 수업 리포트에는 '고삐에 자꾸 기대는 말을 쉽게 풀어내는 방법'을 소개하며 '해도해도 않 되는 망할 X끼들에게 쓰는 수법. 왠만하면 비추함'이라고 적혀 있었다. 비속어와 문법에 안 맞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리포트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정씨는 이 수업에서 C+학점을 받았다. 이 학교 체육과학부 교수는 정씨에게 보낸 e메일에서 '네 잘하셨어요' '다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등의 표현을 쓰기도 했다. 정씨는 타 학과인 의류산업학과 수업에서도 불성실한 수업 태도를 보였지만 B학점 이상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16일 생활환경관에는 '당시 교수님이 정씨의 결석 횟수가 많아 '얘는 이미 F다'라고 말씀하신 걸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를 붙인 이는 '정씨와 같은 수업을 들은 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학교가 하는 일이 학생들을 위하는 일이라며, 시위를 하는 학생들이 참 이기적이라고 말씀하셨던 교수님이 사태의 핵심 인물로 부당하게 성적을 주신 교수로 계속 거론됐다'고 지적한 다른 대자보도 있었다. 이를 작성했다는 의류산업학과 재학생 A씨는 "정씨가 들은 수업은 실기 과제 위주인데다 교수님도 까다롭기로 유명해서 수업을 듣는 학생 대부분이 야간 작업을 하면서까지 과제에 공을 들인다"며 "그런 수업에서 정씨가 학점을 취득했으니 학생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는 17일 오전에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이날 오후 학생들이 새 대자보를 붙였다.

이화여대의 특혜 의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감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어느 대학생이 금수저·흙수저 이야기를 안 하겠느냐"며 "정씨는 금수저를 넘은 신(神)수저다"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17일 오후 최근 학내 갈등에 대한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 참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화여대는 17일 오후 교내 ECC(이화캠퍼스복합단지) 건물에서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첫 공식 해명의 자리를 마련했다. 학교 측은 정씨에 대한 특혜를 강하게 부인했다. "입시 요강에 추가 종목을 확대한 기준이 무엇이었냐"는 한 교수의 질문에 최경희(54) 총장 측은 "특기자 전형 선발이 더해진 건 2011년부터였고 이듬해 런던 올림픽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발굴돼 종목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정씨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입학 전형에 반영된 데 대해선 "입학처 입장에선 아시안 게임이라는 큰 대회의 메달리스트라면 이걸 반영해 뽑는 게 타당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정씨에 대한 학사 관리에 다소 문제가 있었음은 인정했다. 송덕수 부총장은 "법인 중심으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문제점이 드러나면 조치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설명회 장소 앞에모인 학생 700여 명은 '잘 키운 말(馬) 열 A+ 안 부럽다' 등의 피켓을 들고 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홍상지·윤재영 기자 hongsam@joongang.co.kr
[사진 박종근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