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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재인 대북 문의 논란, 본인 입으로 직접 밝혀야

중앙일보 2016.10.17 18:56 종합 30면 지면보기
‘송민순 회고록’이 촉발한 북한 이슈에 대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처신은 대선주자답지 않다. 모호하고 책임회피적이다. 회고록의 이슈는 유엔에 회부된 북한인권결의에 대한 찬반 문제와 관련, ① 2007년 11월 18일 청와대 회의에서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이 북측에 문의(問議)하기로 결론 냈는지 ② 그 결론에 따라 11월 20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달된 쪽지가 북한의 답변인지 ③ 문 전 대표의 당시 개인적 입장은 무엇인지 세 가지다. 문 전 대표는 ①번에 대해선 “북한의 반응을 점검하거나 정보를 수집했다면 참여정부의 높은 외교 수준을 보여주는 것”(10월 15일 오후 페이스북)이라고 엉뚱하게 반응했고 ②번 이슈엔 “사실관계는 당시 기억하는 분들에게 물어라”고 떠넘겼으며 ③에 대해선 “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이상 10월 17일 취재진에게)고 청문회 답변하듯 말했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모든 공적 문제에 대한 마지막 결정자다. 더구나 통일·외교·국방은 나라의 체제와 국민의 생명에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영향을 끼치는 분야이기에 몸에 배인 안보 철학과 실천 전략, 명쾌한 상황 인식 및 판단을 언제 어디서나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자기에게 집중되는 의문들을 종북몰이, 색깔론으로 치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가 그저 전직 대통령 비서실장의 자리에 머물러 있거나 제1야당의 유력한 예비 대권후보만 아니라면 언론도 이런 관심을 보일 이유가 없다. 국민은 북한 인권 등 중요한 대북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의 과거 행적과 생각을 시시콜콜 따져 물을 권리가 있다. 당사자도 관련 사안을 최대한 정성스럽고 명쾌하게 답변해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헌법상 조국통일의 의무를 지고 국군 통수권을 행사할 자리를 넘보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문 전 대표는 위의 세 가지 의문에 대해 자기 인격이 담긴 육성 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 기껏 묻지마 친문 일색의 페이스북에 몇 글자 적는 게 전부다. 그가 친문 세력, 그들만의 정치를 하려는 게 아니라면 이런 식의 미봉책으론 계속 수렁에 빠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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