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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화여대 ‘최순실 딸’ 특혜 의혹 어물쩍 넘길 일 아니다

중앙일보 2016.10.17 18:55 종합 30면 지면보기
130년 전통의 이화여대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평생교육단과대 사태로 촉발된 학생들의 본관 점거 농성이 석 달째 계속되고, 청와대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 딸 특혜 논란에 교수들까지 가세해 진실 규명을 촉구한 것이다. 이 대학 교수협의회는 19일 본관 앞에서 지난해 승마 특기자로 입학한 정유라씨에 대한 ‘입학·학점·학칙’ 특혜 의혹 규명과 최경희 총장 해임 촉구 집회를 열 예정이다. 교수들이 학내 문제로 행동에 나서는 것은 이 대학 역사상 처음이다.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고 중대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학 측의 대응은 겉돈다. 어제 교수·교직원과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의혹 설명회에서도 속 시원한 답변이 없었다. 대학 측은 “입시는 엄정하게 진행됐고 정씨에게 특혜를 준 적도 없어 최 총장이 사퇴할 이유가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다만 체육특기자 등 학사 관리에 일부 문제가 있어 자체 감사를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면접 당일 메달리스트가 있는데 면접위원이 알아서 반영하라고 한 입학처장의 발언이 명백한 규정 위반 아닌지, 정씨가 부실한 리포트를 내고 결석이 잦았는데도 어떻게 학점을 취득했는지, 또 지난 6월 증빙서류만으로 훈련을 인정해 주는 학칙 개정을 하면서 1학기를 소급 적용해 정씨에게 혜택을 줬다는 의혹 등이다. 문제가 없다면 왜 교수 등 당사자들이 떳떳이 나서지 못하는가.

논란의 핵심인 대입과 학사 운영의 공정성은 이화여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국의 모든 대학이 생명처럼 지켜야 할 원칙이다. 그게 무너지면 지성의 신뢰가 송두리째 흔들려 대학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 이화여대가 바로 그런 처지다. 재단 이사회와 최 총장, 대학 본부가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고 조속히 수습해야 한다. 그래야 최고 여성 명문 사학의 가치와 정의가 살아 있는 게 아닌가. 그리하지 않으면 교육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 전면 감사를 통해 일련의 의혹을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조사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 어물쩍 넘길 일도, 질질 끌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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