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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괴물의 계절…마운드 위의 '괴물' 커쇼·오타니

중앙일보 2016.10.17 16:08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프로야구가 각각 '괴물 투수'의 활약 덕분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로 꼽히는 클레이턴 커쇼(28·LA 다저스)는 열흘 동안 네 번이나 마운드에 올랐다. 일본 프로야구 오타니 쇼헤이(22·니혼햄)는 선발투수와 지명타자, 마무리투수를 오가는 전천후 활약을 펼치며 팀을 일본시리즈로 이끌었다.

다저스는 17일(한국시간) 미국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7전4승제) 2차전에서 1-0으로 승리, 시리즈 전적 1승1패를 만들었다. 다저스는 2회 애드리안 곤잘레스의 홈런으로 얻은 점수를 끝까지 지켰다.

커쇼는 지난 8일 워싱턴과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5이닝 3실점 승리) 이후 사흘만 쉬고 12일 4차전(6과3분의2이닝 5실점)에 나왔다. 그리고 이틀 뒤인 14일 열린 5차전에선 구원투수로 깜짝 등판했다. 경기 전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커쇼를 절대로 쓰지 않겠다"고 했지만 마무리 켄리 잰슨이 7회 마운드에 오르자 커쇼가 등판을 자청했다. 커쇼는 9회 1사에서 두 타자를 깔끔하게 잡아냈고, 다저스는 3승2패로 NLCS에 올랐다.

이번에도 고작 이틀만 쉬고 NLCS 2차전 선발로 나선 커쇼는 5회 2사까지 14명의 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했다. 하비에르 바에즈와 윌슨 콘트레라스에게 연속 안타를 내줘 1·2루에 몰렸지만 제이슨 헤이워드를 3루수 파울플라이로 5회를 막았다. 6회까지 72개를 던진 커쇼는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포스트시즌에서 7회는 커쇼에게 악몽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그의 포스트시즌 평균자책점은 6회 이전에 3.06, 7회 28.93이었다. 에이스로서 많은 이닝을 책임지다가 경기 후반 피로와 부담이 누적돼 와르르 무너진 것이다.

이날도 7회가 문제였다. 선두타자 앤소니 리조에게 연달아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체력의 한계에 이르자 제구가 흔들렸다. 커쇼는 괴성을 지르며 자책했다. 이어 벤 조브리스트가 때린 파울플라이를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이 놓쳤다. 그러나 커쇼는 실수를 한 동료에게 환한 웃음을 보여줬다. 그리고 조브리스트를 삼진, 에디슨 러셀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커쇼는 바에즈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내 이닝을 마쳤다. 바에즈의 타구가 깊숙한 곳까지 날아갔지만 잡히자 커쇼는 미소를 지었다. 이어 마운드에 오른 잰슨이 남은 2이닝을 막아 커쇼는 승리투수가 됐다.

포수 그랜달은 "커쇼는 믿을 수 없는 일을 해내고 있다"며 놀라워했다. 경기 전 "커쇼의 상태가 의심스럽다"던 적장 조 매든 컵스 감독도 "커쇼의 직구가 정말 좋았다. 그의 활약을 인정한다"고 했다. 커쇼는 "1승1패를 하고 홈인 다저스타디움(3~5차전)으로 돌아가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기량과 품격을 모두 갖춘 커쇼가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을 지배하고 있다면, 일본에서는 오타니가 만화 같은 가을야구를 하고 있다. 지난 16일 삿포로돔에서 열린 니혼햄과 소프트뱅크의 퍼시픽리그 클라이맥스시리즈 파이널 스테이지(6전4승제) 5차전에서는 진기한 장면이 나왔다. 니혼햄 선수들이 더그아웃에서 마운드로 향하는 투수를 향해 늘어선 것이다. 이날 3번 지명타자로 나섰던 오타니가 마무리 투수로 등판하자 선수들은 그에게 일제히 경의를 표했다.

7-4로 앞선 9회 등판한 오타니는 세 타자를 가볍게 요리하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날 오타니의 최고 스피드는 시속 165㎞. 자신이 갖고 있던 일본 프로야구 최고 구속(164㎞)을 뛰어넘었다. 퍼시픽리그 정규시즌 우승으로 1승을 선취했던 니혼햄은 4승2패로 일본시리즈(7전4승제) 진출을 확정했다.

오타니는 2013년 니혼햄에 입단한 뒤 투수와 타자를 겸업했다. 하지만 체력 안배를 위해 한 경기에서 투수와 타자로 모두 나서는 건 자제했다. 타자로 출전했다가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건 데뷔 시즌인 2013년 8월 18일 소프트뱅크전 이후 이번 포스트시즌이 처음이다.

오타니는 1차전에서 선발투수 겸 8번타자로 출전, 7이닝 1피안타·무실점하고 2타수 1안타를 때려 승리를 이끌었다. 5차전에선 광속구를 뿌리며 승리를 마무리했다. 오타니는 "타자로 나와서 자연스럽게 몸이 풀렸다. 그래서 투구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오는 22일 시작되는 일본시리즈에서 오타니의 상대는 25년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센트럴리그 챔피언 히로시마 카프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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