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경수 “기결정 북에 통보” 여당 “그래도 알려준 건 문제”

중앙일보 2016.10.17 02:30 종합 2면 지면보기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기권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의견을 물었다는 논란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입장을 내놨다.

문재인, 측근 내세워 송민순 반박
“북에 물어보고 결정할 이유 없어”
새누리 “관련자들 불러 조사해야”

하지만 문 전 대표가 직접 나서지 않고 대변인 역할을 하는 김경수 의원이 전면에 나섰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007년 인권결의안에 기권하기로 결정한 뒤 이를 북에 전달했다”며 “북한에 물어보고 결정할 이유도, 물어볼 필요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직접 입장을 밝히는 대신 페이스북에 3건의 글을 올리면서 대응해 왔다.
추천 기사
기사 이미지

2007년 3월 13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왼쪽)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북한과의 접촉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15일 저녁 올린 글에서 “외교부와 국정원이 북한의 반응을 점검하거나 정보를 수집했다면 노무현 정부의 높은 외교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북한과의 접촉 가능성을 열어둔 정도였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날 북한과 2007년 11월 18일 이른바 ‘청와대 서별관회의’ 이후 접촉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결의안에 기권할지는 2007년 11월 15일 안보정책조정회의를 거쳐 다음날인 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결정됐다”며 “그럼에도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찬성 주장을 굽히지 않아 11월 18일 관계 장관, 비서실장, 안보실장이 재차 논의했지만 변경된 결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11월 18일 회의에서 한 번 더 입장을 정리한 뒤 (기권) 결정을 북에 통보하기로 했다”며 “(전달 루트는) 외교·국정원·통일부 등의 경로를 종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의견을 조율한 게 아니라 통보했다는 주장이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들도 ‘통보’에 해명의 초점을 맞췄다. 측근들은 “북한의 의사를 확인해 보거나 허락을 받자고 했다는 건 황당한 얘기”라면서도 접촉 사실에 대해선 일제히 인정했다.
관련 기사
이호철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당시는 10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12월 말까지 총리·장관급 회담을 했기 때문에 대화 채널이 열려 있었다”며 “북한의 ‘허락’을 받았다는 건 말이 안 되고 미국의 결의안 채택 압력 등으로 상당히 어려운 입장에 있다는 점을 ‘의논’했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김경수 의원도 회견에서 “‘기권 입장을 정해 ‘이렇게까지 하는데 너희도 정상회담 후속협상에 성의를 보이라’는 레버리지로 활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북한에) 물어보지 말걸…’이라고 했다”는 회고록 내용에 대해선 “송 전 장관의 체면을 구기지 않기 위한 노 전 대통령의 스타일”이라고 답했다.

새누리당 박맹우 유엔북한인권결의안 대북결재사건 TF 팀장은 “송 전 장관은 북한에 찬반 의견을 묻기로 했다고 하고, 더민주는 기권하기로 한 걸 통보한 것이라고 주장하니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해야 할 것”이라며 “기권을 통보한 것이라 해도 뭐하러 북한에 표결 입장을 사전에 알려줘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