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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18일 북 의견 묻자 결정” “노 대통령 16일 이미 결론”

중앙일보 2016.10.17 02:30 종합 3면 지면보기
2007년 11월 20일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투표에서 한국은 기권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권을 주장한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만복 전 국정원장의 손을 들어준 결과였다. 이 과정에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강하게 반발했다.

북인권결의안 서별관회의 진실은
송 “16일 회의 뒤 대통령에게 서한
18일 모임 때 기권 못한다 버티자
김만복 국정원장, 북에 확인 제의”
김 “그런 것 자체가 거론 안 됐다”
백종천 “쪽지는 북한 동향 보고서”

그는 회고록에서 “2007년 11월 18일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김 전 원장이 ‘남북 채널을 통해 북한에 의견을 묻자’고 제안했고, 문재인(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일단 남북 경로로 확인해 보자’고 결론 내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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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른 회의 참석자들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그해 11월 15일부터 20일까지 6일간의 진실을 회고록(『빙하는 움직인다』)과 회의 참석자 등의 증언으로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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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8일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선=논란의 발단인 북한인권결의안과 관련한 첫 안보정책조정회의는 그해 11월 15일 열렸다. 송 전 장관은 유엔에서의 표결 시 ‘찬성’을 주장했지만 이 전 장관과 김 전 원장, 백종천 전 대통령 비서실 외교안보실장은 ‘기권’을 고집했다. 문 전 실장은 ‘기권 3, 찬성 1’의 회의 결과를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여기까진 당사자들 간에 이견이 없다.

다음날인 11월 16일 청와대 대통령 관저에서 송 전 장관과 이 전 장관은 다시 충돌했다. 이 전 장관은 본지 통화에서 “당시 노 전 대통령이 북한인권결의안 문제를 ‘기권’으로 결론지었다”고 주장했다. 송 전 장관이 코너에 몰린 상황이었다.

송 전 장관은 청와대에서 나온 뒤 이날 밤 10시쯤 노 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다.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 “왕조시대에 상소문을 올릴 때 심정이었다”며 서한에 장관직을 물러날 의사를 비췄다고 밝혔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다시 회의를 소집했다. 청와대 서별관에서 11월 18일 관계자들이 다시 모였다. 회의에서 송 전 장관은 “내가 장관 자리에 있는 한 기권할 수 없다”고 버텼다. 그러면서 자신이 계속 같은 입장을 유지하자 김 전 원장이 남북 채널을 통한 북한의 의견 확인을 제안했고 문 전 실장이 수용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정부 당국자는 “문 전 실장이 결론을 주도했다기보다는 비전문가이다 보니 통일부와 국정원 분위기에 휩쓸려 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백 전 실장은 16일 본지에 “전혀 그렇지 않다. 기권 결정을 북한에 통보하자는 문제가 논의됐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이나 김 전 원장은 그동안 북한에 정부의 기권 입장을 통보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이 전 장관은 본지 통화에서 “18일 회의에서 북한에 물어본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기권으로 결론이 이미 났는데 북한에 물어볼 이유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원장도 “북한에 물어본다는 것 자체가 (회의에서) 거론된 적이 없다”고 했다. 북한의 의견을 확인하기로 했다는 송 전 장관의 증언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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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0일 ‘북한 쪽지’의 존재는=서별관회의 다음날인 19일 노 전 대통령과 송 전 장관, 백 전 실장은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싱가포르로 떠났다.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 이렇게 기록했다. “20일 저녁 대통령 숙소에서 불러 가니 백종천 전 실장이 쪽지를 들고 있었다. 그날 오후 북측으로부터 받은 반응이라면서 나에게 읽어보라고 건네줬다.”

쪽지엔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내용 등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백 전 실장은 “정보기관 등에서 보내는 A4 용지 1~2장 분량의 통상적인 동향 보고였다. 북한이 보낸 메시지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부 당국자는 “안보실은 실제로 북한의 반응과 각국 동향을 정리해 보고 한다”며 “송 전 장관이 동향 자료를 북한의 메시지로 이해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당국자는 “표현을 보면 실제로 우리 측이 북한의 의견을 구한 것에 대한 반응이란 분석이 가능하다”고 했다.

최익재·전수진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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