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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내가 만난 하트 교수는

중앙일보 2016.10.17 00:49 종합 2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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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구 교수

올해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올리버 하트 하버드대 교수는 ‘영국 신사’라는 별명처럼 유머 많고 친절한 학자였다. 어려운 주제도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알기 쉽게 강의해 하버드대 경제학과 최고의 명강사로 유명했다. 나는 1993년 하버드대 박사 과정에 들어가 하트 교수에게서 미시경제이론과 계약이론을 배웠다. 그때의 인연으로 2014년 9월 한 달간 연세대 상경대학 SK석좌교수로 모실 수 있었다.

하버드 손꼽히는 명강사
아내는 안네 프랑크와 인연
아들 수학 실력엔 고민도

당시 하트 교수와 함께 한국에 체류했던 그의 아내 리타 골드버그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딸이었고, 자신의 눈물겨운 가족사를 책으로 쓴 작가다. 하트 교수로부터 아내가 『안네의 일기』를 쓴 안네 프랑크와 매우 밀접한 인연이 있다는 얘기를 직접 들었다. 리타 골드버그의 모친인 독일계 유대인 힐데 야콥스탈이 안네 프랑크의 언니 와 친한 친구였고 가족끼리도 잘 아는 사이였다고 한다.

하트 교수는 영국 케임브리지킹스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부에서 수학을 전공했고, 수학 공식이 많이 나오는 경제학자로 평생을 살았던 그였지만 두 아들의 수학 실력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하트 교수가 “아무래도 애들이 수학 잘하는 나보다 인문학자이자 작가인 엄마를 더 많이 닮은 것 같다”고 토로한 기억이 난다. 한번은 ‘아들 학교의 수학 수업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학교 수학 시간에 찾아가 참관을 했는데 그 일로 아들의 수학 성적이 오르기는커녕 아들과 사이가 나빠져 오래 고생했다는 말씀을 듣고 한국 학부모의 한 명으로서 깊이 공감한 적도 있다. 물론 하트 교수는 수학에 뛰어나지만 연구의 수학적 화려함보다는 오히려 현실에 대한 관심과 현실 설명력을 강조하는 실학파적인 연구 자세를 견지하는 학자다.

한순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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