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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나라서 첫 우승 꿈꿨는데…앨리슨 리 ‘눈물의 18번홀’

중앙일보 2016.10.17 00:25 종합 27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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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슨 리의 할아버지는 아일랜드,할머니는 한국 출신이다. 이번 대회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외할아버지, 엄마가 동행했다. 1번홀에서 홀 아웃하며 갤러리를 향해 미소 짓는 앨리슨 리. [사진 하나금융그룹]

재미동포 앨리슨 리(21·한국이름 이화현)는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의 기대주다. LPGA투어 2년차인 그는 키 1m75cm의 훤칠한 체격에 탄탄한 기본기를 갖췄다. 명문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정치사회학을 공부하는 재원이기도 하다. 앨리슨 리는 프로골프와 학업,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까.

세번째 샷 공 물에 빠뜨려 연장전
KEB하나 챔피언십 아쉬운 준우승
스페인 출신 시간다, LPGA 첫 우승
UCLA서 정치사회학 전공 학업병행
어머니 “중간고사 앞두고 마음 부담”

앨리슨 리가 16일 어머니의 나라에서 끝난 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인천 스카이72 골프장 오션 코스)에서 생애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전날까지 3타차 단독선두를 달렸던 그는 최종 4라운드에선 우승에 대한 부담감을 느낀 듯 3오버파를 기록했다. 스페인 카를로타 시간다(26)와 합계 10언더파로 동타를 이뤘지만 연장 첫번째 홀에서 파세이브에 그쳐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아낸 시간다에게 우승을 내줬다. 우승상금은 30만달러(약 3억4000만원). 2위를 차지한 앨리슨 리는 상금 18만6096달러(약 2억1000만원)를 받았다.

4라운드 마지막 18번홀(파5). 선두를 달리던 시간다가 보기를 범하면서 합계 10언더파로 내려앉았다. 바로 뒤 챔피언 조에서 플레이하던 앨리슨 리는 17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아내 11언더파를 올라선 참이었다. 마지막 홀에서 파세이브만 해도 첫 우승이 결정되는 순간이었지만 앨리슨 리는 18번 홀에서 세번째 샷을 그린 앞 워터해저드에 빠뜨리고 말았다. 결국 그 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시간다와 연장전을 벌여야 했다. 2위로 대회를 마친 앨리슨 리는 생애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도 웃지 못했다. 눈가에 살짝 이슬이 맺힌 그는 “오늘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충분히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18번홀에선 세번째 샷을 앞두고 130야드 정도 남아있었는데 8번 아이언을 잡았다. 좀더 긴 클럽을 잡았어야 했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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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남동생과 함께 재밌는 표정으로 가족사진을 찍은 앨리슨 리(오른쪽). [앨리슨 리 인스타그램]

로스앤젤레스에서 살고 있는 외할아버지 김홍(80)옹과 어머니 김성신(48)씨가 이번 대회에 동행했다. 3라운드에서 단독 선두에 나선 뒤 “어머니의 나라에서 우승하면 기분이 특별할 것 같다”던 앨리슨 리였지만 1타가 모자라 뜻을 이루지 못했다. 어머니 김씨는 “앨리슨이 18일 중간고사를 봐야 한다.오늘도 시험 걱정을 안고 대회에 나갔다”며 안쓰러워했다. 앨리슨 리는 트위터를 통해 ‘UCLA는 쉽기 때문에 프로골프 투어와 공부를 둘다 할 수 있다’는 팬의 글에 발끈하기도 했다. 그는 “대회 출전으로 2주 간 수업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필기 내용을 보내달라고 했다”며 “틈날 때 마다 시험 공부에 집중했다. 골프와 학업 둘 다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머니 김 씨는 “앨리슨이 시험 기간에는 힘들어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캠퍼스 생활을 즐기고 있다. 투어와 병행하면서 학점 관리가 어려워 아마 내년 겨울 학기까지 마쳐야 졸업이 가능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14년 UCLA에 입학한 앨리슨 리는 정상대로라면 내년 6월에 졸업한다. 투어와 학업을 병행했던 재미동포 미셸 위(27)가 그의 롤 모델이다. 미셸 위는 2007년 입학해 졸업까지 5년이 걸렸다. ‘여자 타이거 우즈’로 불렸던 미셸 위는 이 기간 LPGA 투어에서 2승을 거뒀다. 학업을 병행하면서 팬들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3타 차 선두로 출발했던 앨리슨 리는 퍼트 난조로 고전하며 전반에 보기 3개를 했다. 5번 홀(파5)에서 1m 거리의 버디를 놓치며 흔들렸다. 3라운드까지 그린 적중 시 퍼트 수 1.60개로 전체 1위였지만 이날은 3m 내 퍼트를 계속해서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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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다

한편 시간다는 연장 첫 홀에서 2m 거리의 버디를 성공시켜 앨리슨 리를 따돌리고 LPGA 투어 첫 승을 기록했다. 5타 차를 뒤집은 시간다는 스페인 출신으로는 올시즌 LPGA 투어 첫 우승자가 됐다. 김민선(21·CJ오쇼핑)이 8언더파 공동 3위, 허미정(27·하나금융그룹)이 7언더파 공동 5위에 올랐다.

영종도=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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