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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꼬리를 끊고 달아나는 도마뱀 작전

중앙일보 2016.10.17 00:01 경제 1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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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강전 1국> ●·커 제 9단 ○·강동윤 9단

14보(155~167)=55부터 59까지, 중앙의 절충은 한걸음의 어긋남도 없이 검토진의 예상대로 이루어졌는데 59로 꽉 이었을 때 백A로 끊지 않고 한 박자 빠르게 좌중앙을 압박해간 60의 리듬이 좋았다. “손바람을 내는데요? 확실하게 강동윤이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검토실에 모인 국가대표 젊은 프로들이 흐흐흐, 웃는다. 여유가 있다. 공정한 승부라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다.

차후 흑A는 백B로 한발 물러서면 그만이다. 흑이 이리저리 찌르고 나와 봐야 몇 걸음 나오지도 못하고 선수도 아니다. 커제가 61, 63으로 강하게 맞끊어 격렬한 박투(搏鬪)를 강요하지만 강동윤의 얼굴에는 긴장이 보이지 않는다. 가만히 1선 64의 단수를 활용하는 시간 연장수단으로 수읽기를 점검하고 66으로 움직인다. 67은 강력한 보디체크.

흑은 어떻게든 여기서 역전의 기회를 잡아야 하고 백은 어떻게든 큰 손실 없이 달아나면 된다. 백은 고스란히 내뺄 수만 있으면 좌상 쪽 흑 세 점을 자연스럽게 삼킬 수 있는데 아쉽지만 그렇게는 안 된다. 여기는 ‘참고도’ 백1 이하로 꼬리를 끊고 달아나는 도마뱀 작전이 있다. 중앙에서 얻은 전과가 워낙 커서 이 정도의 절충으로도 백이 충분하다. 이곳이 마무리되면 더 이상 변화의 여지도 없는 백의 승리인데….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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