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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교육산업 성장 가로막는 저작권료 문제, 정부가 규정·기준 정해야

중앙일보 2016.10.17 00:01 부동산 및 광고특집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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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러닝연합회는 교과서 저작권료 부담으로 아이디어와 인력이 있음에도 시장진입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효과적인 교육환경이 형성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앙포토]

경기도 광명시 소재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김 군은 “학교 교과서를 발행한 출판사에 맞춰 참고서도 같이 선택한다”며 “과목에 따라서 인기가 많은 문제집이나 참고서를 구입하고 싶어도, 결국 교과서 출판사의 참고서를 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한국유러닝연합회
교재 저작권료 부르는 게 값
너무 비싸 콘텐트 제작 부담
업체 독과점에 소비자도 피해

전국 중고교는 특정 회사의 교과서를 채택해 교육한다. 학교별 내신 평가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그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학교가 선정한 특정 교과서와 이를 기초로 제작된 문제집을 사거나 인터넷 강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해당 교과서에 맞는 다른 참고서를 찾으려 해도 아예 없거나 있어도 교과서와 내용이 다르다. 결국 어떤 참고서를 구입하든지 교과서 출판사에서 발행한 참고서는 함께 구입해 공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정교과서가 폐지되고 검인정 교과서 체제로 대폭 변환됐다. 각 학교가 교육부장관의 검정·인정을 받은 교과서 중 하나의 교과서를 채택하면 해당 학교 학생은 선정된 교과서를 구입해 사용한다. 이전 국정 교과서 시절에는 여러 출판사에서 교과서를 분석해 참고서를 발행지만 검인정 교과서 체제로 바뀌면서 참고서 소비 패턴이 크게 달라졌다.

◆업계 교과서 저작권료 부담으로 교육 콘텐트 제작 어려워

참고서 발행 문제는 교과서 저작권료에서 불거지고 있다. 검인정 교과서 저작권료에 대한 법적인 후속조치가 없어 현재는 교과서 출판사가 자율적으로 저작권료를 산정하고 있어 불편이 많다는 것이 사단법인 한국유러닝연합회의 지적이다.

검·인정 교과서 제도는 민간의 자율과 창의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양질의 도서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취지로 채택됐다. 검정제도 교과서의 저작 주체는 민간이지만 국가의 ‘편찬상의 유의점’에 따라 검정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교과서 저작에 대한 국가의 간접적인 관여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정현재 한국유러닝연합회 사무총장은 “참고서 선택의 폭이 좁은 것은 교과서 출판사가 교과서 이용에 대한 막대한 저작권료 지불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열악한 중소 규모의 출판사에서 저작권료와 참고서 제작비까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부담”이라고 밝혔다.

현재 교과서 저작권은 초등 교과서와 중·고등 교과서가 다르게 산정되도록 됐다. 국정교과서인 초등학교 교과서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승인한 신탁단체에 사용료를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반면 검인정 교과서인 중·고등 교과서는 해당 교과서 종류별로 출판사에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초등교과서가 각 저작권사용료에 대한 징수규정이 명확한데 비해 중·고등 교과서는 구체적인 산정근거나 기준이 없이 업체별로 요구하는 비용이 천차만별이며 사용료 또한 업체별로 각각 협의해야 한다.

◆e러닝 콘텐트에도 저작권이용료 산정기준 필요

오는 2018년부터 초등학교 3∼4학년과 중학교 1학년 사회·과학·영어 교과에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될 예정이다. 디지털교과서는 교과서를 태블릿 PC나 개인용 디지털기기에 담아놓은 것을 말한다. 그러나 단순히 종이교과서를 있는 그대로 담아놓은 것이 아니라 교과서 내용과 관련된 멀티미디어 자료나 학생이 상호 작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갖춘 ‘미래형 교과서’가 될 예정이다. 디지털교과서 발행을 앞두고 교과서를 2차 활용하는 참고서 제작사나 인터넷 강의업체, e러닝업체도 부담스러운 저작권료가 문제가 되고 있다.

에듀테큐 사업 관계자는 “검인정 교과서를 사용하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경우 몇몇 대형 출판사가 교과서 시장을 장악하면서 참고서 시장도 함께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인터넷 강의든 참고서든 교과서를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는데 별다른 기준도 없이 감당하기 어려운 교과서 저작권료를 요구하니 버틸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계기로 실제 교육현장에 맞는 교과용 저작권에 대한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행 저작권법은 교과서의 ‘게재’에만 면책 규정을 두고 있어 디지털교과서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어렵고, 디지털 콘텐트 유통 현실에 맞는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용의 범위를 단순히 교과용 도서에서 2차 저작물의 작성과 이용까지로 넓히는 등 개선 방식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교과서를 계기로 e러닝 콘텐트 저작권에 등에 대한 산정기준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학원 관계자도 “e러닝 산업은 비싼 학원 교육 대신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 콘텐트의 선택 범위를 넓히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공익적 기능이 크다”고 설명했다.

◆저작권료 부담이 스타트업 기업에 진입 장벽 되기도

교과서 저작권료에 대한 부담은 기존 회사들뿐만 아니라 신생회사의 진입장벽이 되기도 한다. 한 대학교의 스타트업 기업은 최근 에듀테크 사업을 검토하다가 교과서 저작권료의 부담을 이기지 못해 접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 회사는 교과서 출판사로부터 출판사별로 학년당 800만원에서 2000만원이 넘는 저작권료를 요구받았다.

정 사무총장은 “교과서 저작권의 경우 정액 또는 매출의 일부를 저작권료로 요구하는데, 중학교 국어의 경우 검인정 교과서가 16종이고 학년당 출판사별로 1000만원의 저작권료를 지급해야 한다면 무려 4억8000만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에듀테크 관련 스타트업이 국어와 영어 과목을 서비스를 한다면 연간 10억원 정도의 저작권료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저작권료 부담으로 좋은 아이디어와 인력이 있음에도 시장진입을 하지 못하거나, 막대한 빚을 부담한 상태로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에듀테크 시장으로 새롭고 효과적인 교육환경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생태계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디지털교과서 도입 및 에듀테크 시장 관련 저작권료 체계적 기준 마련 시급

정 사무총장은 “교과서 저작권료를 기준 없이 출판사마다 자율적으로 산정하다보니 공공재라고 할 수 있는 교과서를 이용한 몇몇 기업이 이익을 독점하고, 이로 인해 양질의 콘텐트 재생산을 막고 있는 것이 현재 교과서 출판업계의 문제점”이라며 “이로 인해 결국 학생의 학습 선택권의 제한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교과서 시장이 거대한 이유가 바로 교과서만이 아니라 참고서와 문제집을 함께 발행하기 때문이며 이러한 시장구조에서 저작권을 이용해 특정 몇몇 회사에 의해 독과점이 형성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서 체계적인 기준과 규정이 하루 빨리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덕순 객원기자 song.deoks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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