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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르포] 불야성 이루던 태국 환락가, 음악과 조명 꺼져

중앙일보 2016.10.1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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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방콕의 카오산로드는 ‘배낭 여행자들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저렴한 가격의 게스트하우스와 식당, 마사지숍 등이 밀집한 이 지역은 라오스·캄보디아·미얀마 등 인접 국가 여행자들로 북적거리는 곳이다.

하지만 16일 비가 내린 카오산로드에선 활기를 찾기 어려웠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조이(41)는 “원래 우기엔 손님이 적지만 국왕 서거까지 겹치면서 손님이 지난해보다 50% 줄었다“라고 말했다.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 서거(13일) 이후 1년간의 애도기간이 공식 발표된 뒤 음악과 조명이 꺼지자 불야성을 이루던 카오산로드의 예전 모습은 종적을 감췄다. 노점상 떠이(42)는 “국왕이 안치된 ‘왓 프라께오’(에메랄드 사원)에서 불과 2km(택시로 10분거리) 떨어진 곳이라 국왕 서거 이후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순찰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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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관광객들이 먼저 발길을 돌리고 있다. 2개월째 배낭 여행 중이라는 미국인 브랜든 클락(22)은 “국왕의 서거에 애도를 표한다”며 “예정보다 하루 빨리 라오스로 넘어가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인 관광객 김대홍(28)씨는 “어젠 카오산로드가 문을 닫았다는 얘기까지 들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왔다”며 “방콕 전체가 조용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태국 정부 역시 관광산업이 움츠러들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태국 관광청에 따르면 2001년 1006만 명이었던 관광객은 2988만 명(2015년)까지 늘었다. 국내총생산(GDP)의 9~10%를 차지한다. 프라윳 찬오차 총리가 1년간의 애도기간과 30일간의 축제 제한을 언급하면서도 “국가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가게 문을 계속 열어달라”라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하지만 AP통신은 “군부 쿠데타 기간에도 끄덕 없이 태국 중심부에서 영업하던 홍등가도 국왕 서거 이후 문을 닫았다”라며 “전례 없는 국가 애도기간으로 당분간 이런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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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왕의 시신이 안치된 왓 프라께오에는 조문객의 행렬이 이어졌다. 사원 공개가 결정된 마지막 날이다. 히잡을 쓰고 불교 사원을 찾은 수리펀 담디(49ㆍ여)는 “태국 남부 끄라비주(州)에서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나는 무슬림이지만 국왕을 사랑한다”라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사원 옆에서 철야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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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포스트는 찬오차 총리 총리의 발표를 인용해 “마하 와치랄롱꼰(64) 왕세자가 애도 기간이 끝난 뒤 왕위 계승 절차를 진행하고자 하는 의향을 전했다”라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서거 1년 뒤가 아니겠냐는 해석도 나왔지만, 새 왕의 즉위식을 못박지는 않았다.

방콕=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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