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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델타항공 인종차별 논란…흑인 여의사에 "진짜 의사 찾는다"

중앙일보 2016.10.1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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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페이스북에 공개된 미국의 흑인 의사 타미카 크로스의 사연. [사진 페이스북 캡처]


미국 국내선 항공기에서 한 의사가 응급 환자 치료를 지원했다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한 사연이 공개됐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는 흑인 여자 의사 타미카 크로스는 델타항공 비행기를 탔다가 승무원에게 인종차별을 당했다.

크로스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행기에서 겪은 일을 상세하게 서술했다.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를 찾았던 크로스는 휴스턴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응급 상황에 맞닥뜨렸다.

그의 자리 두 줄 앞에서 한 여성이 비명을 질렀고, 그 승객의 남편이 의식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이다. 승무원들은 탑승객 중 의사가 있는 지를 묻고 다녔다.

크로스는 환자를 돕기 위해 손을 들었다. 그러나 그를 발견한 승무원은 “손을 내리세요. 우리는 진짜 의사나 간호사, 또는 의료계에 종사하는 분을 찾고 있습니다. 당신과 이야기 할 시간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크로스는 ‘진짜 의사’라는 사실을 알리려고 했으나 승무원은 계속해서 그를 무시했다. 그는 결국 좌석에서 버튼을 눌러 승무원을 불렀다. 승무원은 크로스의 이야기를 듣고도 여전히 그를 믿지 않았다.

“당신이 정말 의사냐”고 되물은 승무원은 “의사 자격증을 보여달라, 무슨 과 의사냐, 어디에서 일하냐, 디트로이트엔 왜 왔냐”는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크로스는 그 순간에도 쓰러진 남성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때, 한 백인 남성이 자신도 의사라면서 다가왔고 승무원은 순식간에 태도를 바꿨다.

승무원은 크로스에게 “지원해주셔서 감사하지만 이 남성 분이 우리를 도울 수 있게 됐다. 이 분은 자격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크로스는 그 남성이 ‘의사처럼 생긴 모습’으로 등장했을 뿐 의사 자격증을 보여준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크로스는 “극도로 흥분되고 피가 끓었다”고 당시 심경을 표현했다.

약 10분이 지나 환자는 안정을 찾았고 승무원들은 이후 어떤 조치가 필요한 지를 크로스에게 물었다.

결국 크로스의 도움을 받은 승무원은 거듭 사과하고 항공 마일리지를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크로스는 거절했다. 그는 “노골적인 인종차별의 대가로 마일리지를 받고 싶지 않았다”면서 “이 차별이 인종, 나이, 성별 어떤 것 때문이었든, 옳지 않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크로스의 사례가 흑인 전문직 종사자들이 겪는 ‘인종 프로파일링’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크로스가 단순히 ‘흑인이라서’가 아니라 ‘의사처럼 보이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여름, 공화당의 흑인 상원의원인 팀 스캇(사우스 캐롤라이나)은 피부 색 때문에 경찰에게 질문을 받아야 했던 경험을 원내 연설에서 이야기했다. 하버드대 교수인 헨리 루이스 게이츠 주니어는 케임브리지 자택에 뒷문으로 들어가려다 백인 경찰에 의해 체포되기도 했다.

델타항공은 ”고객을 향한 차별은 우리 회사의 문화와 가치에 어긋난다“면서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내용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크로스의 페이스북 게시물은 ‘좋아요’ 14만 개 이상을 받았고 4만 6500번 이상 공유되는 등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이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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