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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노무현 정부를 배우라”고 한 문재인 ‘북과 사전 논의’엔 침묵

중앙일보 2016.10.16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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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룡 기자]

대선 행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악재를 만났다.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의사를 먼저 확인한 뒤 기권 표결로 결정하는 과정을 주도했다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이 공개되면서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2005년에는 김대중 정부의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 간의 교류협력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상황이 고려돼 큰 격론 없이 통일부의 의견대로 (유엔 인권결의안 기권으로) 결론 났지만 2006년부터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했기 때문에 격론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대선가도 악재 만난 문재인


그러면서 “2006년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외교부의 주장을 받아들여 찬성을 결정했고, 2007년엔 노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10·4 정상선언이 있었다”며 “후속 남북 총리회담이 서울에서 열리는 상황에서 외교부는 계속 찬성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고 통일부는 기권하자는 입장이었는데 국정원까지 통일부의 입장을 지지해 노 전 대통령이 다수의 의견에 따라 기권을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북한에 결의안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자고 했다’는 송 전 장관의 주장에 대해선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문 전 대표는 오히려 “노 전 대통령은 혼자 결정하는 법이 없었다”며 “시스템을 무시하고 사적 채널에서 결정하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의 의사결정 과정이 이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박근혜 정부는 노무현 정부를 배우기 바란다”고 말했다. 논란의 핵심인 ‘북한과의 사전 소통’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대신 오히려 여당을 공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문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은 이날 “종북 논란은 정치전략상 지금까지 발화성이 큰 소재여서 호재는 아니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대응 방안을 만들지 않았지만 정면 대응해 상대의 프레임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혹이 제기된 당시에는 정상회담의 후속대책이 남북 간에 진행되고 있었다는 시대적 상황이 존재한다”며 “이러한 상황 논리에 대한 국민적 이해가 높아질 경우 총공세로 나선 여권이 역풍을 맞게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에서 한반도안보신성장추진단장을 맡은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회고록에도 당시 비서실장이던 문 전 대표가 ‘북한의 의사를 물어보자’고 한 게 아니라 다수의 의견인 기권 의사를 정하면서 ‘의사를 확인해보자’는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의 제안을 들어준 것”이라며 “2007년 당시에는 남북이 정상회담 이후 사실상의 동반자 관계로 가기 위한 초석을 닦던 시기였다는 상황을 배제한 채 ‘북한과 대화했다’는 사실만으로 정치공세를 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 전 대표가 논란에 대한 사실관계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피하기만 해선 두고두고 대선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가의 의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북한에 동의나 허가를 구했다면 국민적 감정이 이를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당시 정상회담의 후속조치가 진행 중이던 상황이더라도 북한과 관련 사안을 논의한 배경이 우리의 고충을 전하기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북한의 뜻을 무조건 수용하기 위해서였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논란이 될 소지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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