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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딸, 입학원서 접수 끝나고 딴 금메달 면접장 들고 가

중앙일보 2016.10.16 06:01
청와대 비선 실세 의혹의 중심 인물 최순실(60)씨의 딸 정유라(20)씨가 이화여자대학교를 입학시험을 치를 당시 전형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대 교수협의회는 내부 구성원들의 제보를 받아 진상 규명에 직접 나서기로 했다.

입시요강에 '개인전 입상'만 평가 반영
선수복과 금메달 갖고 면접 응시
"금메달 지원자 뽑으라 했다" 내부자 주장도

16일 이화여대에 따르면 정씨는 2014년 9월에 실시된 2015학년도 수시 전형에서 체육특기자로 지원해 최종 합격했다. 그 해 9월 20일 인천아시안게임 승마(마장마술 종합 단체전) 경기에서 딴 금메달도 인정받았다.

당시 수시모집 요강에는 지원 기준이 되는 수상 실적이 '원서접수 마감일 기준 최근 3년 이내 국제 또는 전국 규모의 대회에서 개인종목 3위 이내'로 제한됐다.

이 기준에 따르면 2011년 9월 16일부터 2014년 9월 15일까지 개인전에서 입상한 실적만 평가 요소로 반영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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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20일 인천아시안게임 마장마술 종합 단체전 금메달 시상식.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오른쪽에서 세 번째)는 이 대회 경기복과 메달을 가지고 이대 신입생 면접시험에 참석했다.


정씨가 금메달을 딴 건 그로부터 5일이 지난 뒤였고, 개인전이 아닌 단체전이었다.

이화여대 입학처 홈페이지의 FAQ(질문과 답변) 게시판에는 '개인이 아닌 단체상 수상 시 인정 여부'에 대해 "개인수상만 인정한다. 단체 수상은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공식 답변했다.

이화여대 당시 입학처장이었던 남궁곤 교수는 이에 대해 "서류 기한 이후라도 국제대회 입상자라면 (면접에서) 점수를 줘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해명했다. 대학 측이 정한 평가 기준을 벗어난 수상실적을 근거로 가점을 준 것이다.

학교 측이 정씨에게 특혜를 주려 했다는 내부 구성원의 좀더 구체적인 주장도 나왔다.

지난 11일 이대 교수협 홈페이지 게시판에 '당시 체대 입시 평가에 참여했던 일원'이라며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체대 평가장 입실 전 평가자들에게 안내할 때 입학처장 왈, 금메달을 가져온 학생을 뽑으라고 한 것이 사실임'이라고 적었다. 또 '입학처장 발언에 일부 관리위원 항의가 있었고, 해당 지침과 무관하게 평가 진행하도록 재안내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수많은 입시생 중 최순실 딸 정모양이 특이하게 금메달과 선수복을 지참했다'며 '이후 정상적 입시절차로 모든 것이 진행되었으나 처장의 발언이 영향 없었다고는 말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잠시 올라와있다가 글쓴이가 직접 삭제했다.
 

면접에서 금메달 가져온 학생 뽑으라 했다"


이에 대해 남궁 교수는 면접 본 특기자 21명 중 선수복과 메달을 지참한 선수가 "정씨를 포함해 3명"이라고 밝혔다. 대학 측도 "메달리스트 학생들을 평가에 반영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정씨의 입학 특혜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자 이대 교수협의회는 학교 구성원들로부터 제보를 받아 진상을 밝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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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입학처 홈페이지의 '자주묻는 질문' 게시판에는 '개인전 수상만 인정한다'는 학교의 공식 답변이 올라와 있다.


교수협은 '이화여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오는 19일 오후 대학 본관 앞에서 최경희 총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이화 교수들의 집회 및 시위를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협은 "학교 당국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는커녕 옹색하고 진실과 거리가 먼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총장의 독단과 불통, 재단의 무능과 무책임이 자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기회를 현 총장 집행부의 월권 행위나 비리들을 발본색원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며 구성원들의 제보를 당부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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