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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건한 바티칸에 맥도날드 웬말?…추기경들 '반대'

중앙일보 2016.10.16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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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

'하느님의 자비'가 맥도날드만은 예외인 걸까.

전세계 가톨릭의 성지인 바티칸에 맥도날드 입점을 두고 추기경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가 15일(현지시간) 전했다.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최근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 근처 보르고 지역(Borgo pio)에 있는 교황청 소유 건물에 월 3만 유로(한화 약 3740만원)의 임대료를 내기로 하고 매장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바티칸 안에 생기는 첫 맥도날드 점포다.

그러자 이곳에 살고 있는 추기경들이 입점을 반대하고 나섰다.

교황청 생명학술원장인 엘리오 스그레차 추기경은 "전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광장인 성베드로 광장 바로 옆에 맥도날드가 문을 여는 것은 건축적 전통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논란의 소지가 큰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몇몇 추기경들도 스그레차 추기경의 주장에 동조하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 한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맥도날드 개점을 중지시켜 달라는 편지를 보냈다고 이 언론은 전했다.

보르고 보전위원회의 모레노 프로스페리 위원장도 가세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이곳은 불법 기념품 가판대와 소규모 슈퍼마켓이 증가해 정체성을 잃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맥도날드까지 문을 열면 이미 관광객으로 넘쳐나는 이 지역에 더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바티칸과 테베레 강변 사이에 있는 보르고 지역은 9세기 레오 4세 교황이 바티칸의 성벽을 개축하면서 성벽 바깥에 조성된 한적한 마을이다. 바티칸은 이곳의 옛모습을 보존하기 위해 잡상인 등의 활동을 규제하고 있다.

스그레차 추기경은 "'가난한 자를 위한 가난한 교회'를 표방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철학처럼 이 공간은 어려운 사람을 돕는 시설로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바티칸의 부동산 관리 기구(ASPA) 책임자인 도메니코 칼카뇨 추기경은 "맥도날드와 거래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을 일축했다.

현재 바티칸에서 가장 가까운 맥도날드 점포는 북쪽에 있는 줄리오 체사레에 있다. 성베드로 광장에서 약 800미터쯤 떨어져 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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