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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참여가 인력난·경쟁력 해법 기업에 여성 고용률 명시 의무화”

중앙선데이 2016.10.16 01:12 501호 12면 지면보기

일본 여성 참여 정책의 전도사인 마쓰가와 참의원은 “일본 정부는 가급적 여성 고용률이 높은 업체의 제품을 구매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룡 기자



요즘 일본의 최대 과제는 여성 인력 활용이다. 2013년 유엔총회 연설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절반 이상을 여성 문제에 할애한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부진했던 여성 인력의 노동 참여를 끌어올림으로써 인력난 해결과 기업 경쟁력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위미노믹스(Womenomics)’의 전도사로 활약하다 발탁돼 지난 7월 신데렐라처럼 정치 신인으로 입성한 여성 전직 외교관이 있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마쓰가와 루이(松川るい·45) 참의원이다. 지난 10일 열린 J글로벌·채텀하우스·여시재 포럼 참석차 방한한 그에게 일본의 여성 노동 참여 운동의 현황을 들었다.


일본 ‘여성 취업 높이기’ 이끈 마쓰가와 참의원

-여성의 노동 참여가 핵심 현안이 된 배경은. “현 일본 상황은 여성 취업 정책이 불가피하다. 경기가 좋던 과거에는 남편은 일하고 전업주부인 아내가 가정을 돌보는 시스템이 잘 돌아갔다. 회사도 한 가정이 충분히 살 만큼 봉급을 줬다. 하지만 이제는 일본 기업들도 종신고용과 자동 승진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이혼율도 30% 이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품위 있는 삶을 영위하려면 여성도 일해야 한다.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도 큰 문제다. 그럼에도 일본 직장 여성의 50%는 아이가 태어나면 바로 그만둔다. 막대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여성들이 출산 후에도 일할 수 있게 만드는 게 해결책 중 하나다. 여성 참여가 높을수록 다양성이 확대돼 기업 경쟁력도 제고된다.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을수록 이윤율도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실제로 생산성이 높아지나. “냉장고를 생각해 보라. 어디에 무엇을 놔야 하는지 잘 아는 건 남성이 아니다. 여성이 참여해야 훨씬 쓰기 쉽고 아름다우며 경제적인 냉장고를 만들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여성이 함께하면 균형 잡힌 결정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노동력 부족뿐 아니라 생산성 제고 차원에서도 여성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다. 다른 생각, 다른 종류의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면 더 좋은 결과를 얻게 마련이다.”



-직장 여성일수록 아이를 적게 낳으니 여성의 노동 참여와 저출산 대책은 상충하지 않나. “중요한 지적이다. 직장 여성이라고 아이를 원하지 않는 게 아니다. 여건이 안 돼 그럴 뿐이다. 직장 여성에게 걱정 없이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 대표적인 대책이 어린이집 확대다. 일본의 어린이집은 안전하고 위생적이며 양질의 교사들을 갖추고 있지만 절대 수가 부족하다.”



-어린이집 확대로 충분할까. “근무 형태도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리 어린이집이 좋아도 밤 10시까지 아이를 맡기려는 부모는 없다. 그간 장시간 근무가 보통이었지만 아이를 키우는 여성에겐 불가능하다. 요즘 젊은이들도 철야 근무는 원하지 않는다. 결국 근무시간이 아닌 결과를 중시하는 형태로 변해야 한다. 지금은 노사 합의로 얼마든지 야간근무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초과 근무시간에 제한을 두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더불어 엄마뿐 아니라 아빠들도 육아휴직을 제대로 쓸 수 있게 독려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는 부모 모두 육아휴직을 해도 그전 봉급의 80%는 받을 수 있게 의무화했다.”



-아베 총리가 진두지휘하고 있다. “얼마 전 아베 총리가 직접 게이단렌(經團連) 임원들을 만나 대기업 내 여성 임직원의 승진을 장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여성들도 승진이 돼야 일할 맛이 나지 않겠나. 일본 정부는 심지어 매년 발표되는 각 회사의 ‘유가증권 보고서’(한국의 사업보고서에 해당)에 여성 임직원의 고용 비율을 명시하도록 했다. 아울러 다른 조건이 같다면 여성 고용 비율이 높은 업체의 제품을 정부에서 구매하도록 규정했다.”



-일본에서는 그렇게 여성 참여 열기가 뜨겁나. “2014년 한국 근무를 마치고 귀국해 보니 여성의 경제 참여를 연구하는 세미나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었다. 한국 부임 당시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한국과의 인연은. “2011년 주한 일본대사관 참사관으로 왔다. 그해 설립된 한·중·일 협력사무국(TCS)의 일본 측 초대 사무차장으로 임명돼 2년7개월 서울에서 일했다. 이곳에서 둘째 딸을 낳았다.”



-잘나가던 외교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하게 된 계기는. “나는 두 딸의 엄마이자 남편이 있는 주부다. 그래서 수많은 주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인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고민 끝에 지난해 말 존경하는 외교부 내 선배에게 ‘정치를 하는 건 어떻겠느냐’고 상의하자 ‘너라면 잘할 수 있으니 나가 보라’고 해 결심을 굳혔다.”



-정치인으로 발탁된 배경은. “귀국 직후 아베 총리의 여성 정책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신설된 외무성 내 여성참여추진실 초대 실장으로 임명돼 일했다. 당시 실무책임자로서 도쿄에서 열린 국제여성회의(WAW)를 맡아 치렀는데 이것이 발탁 계기가 된 것 같다.”



-출마에 대해 남편은 뭐라고 했나. “같은 외무성 외교관인 남편은 몹시 반대하며 ‘곧 후회할 거다’라고 했다. 그러나 남편을 설득해 출마했다. 요즘 TV로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옛 동료를 보면 묘한 감정이 들기도 하지만 아직은 후회하진 않는다.”



-한국인들에게 충고를 한다면. “한국과 일본 여성의 사회 참여 형태는 매우 비슷하다. 여성은 가정과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전통적 사고도 같다. 따라서 현재 일본이 추진 중인 정책 대부분이 한국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한국인의 장점은 신속하고 과감하다는 것이다. 일본인은 점진적으로 일을 추진하지만 한국은 필요하면 도약한다. 일본이 어떤 정책을 펴는지 잘 살펴보다 성공 모델들을 들여오면 더 잘할 것이다.”



 



마쓰가와 루이 ?나라 출신으로 도쿄대 법학부를 마친 뒤 외무성에 들어가 23년간 외교관으로 일했다. ‘미녀 엘리트 외교관’이란 수식어가 붙어 다니던 그는 일본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국가 간 협상을 담당했으며 제네바 대표부에서 핵 군축을 다루기도 했다. 2011년부터 2년여간 서울에서 한·중·일 협력사무국 초대 사무차장으로 일해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그 후 외무성 여성참여추진실 초대 실장으로 일하다 아베 정권에 의해 발탁돼 지난 7월 선거에서 오사카부 참의원으로 당선됐다.



 



 



남정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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