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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없다고 방치 땐 담도계 악성종양 위험

중앙선데이 2016.10.16 00:42 501호 24면 지면보기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대기업에 다니는 이모(29·여)씨는 최근 회사 건강검진을 받았다. 평소 건강에는 이상을 느끼지 못했는데 복부 초음파검사에서 췌장 주변에 낭성 종양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정밀검사를 위해 대학병원을 찾은 이씨는 혈액검사에서는 이상 증세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MRI검사 결과 담관낭(膽管囊·choledochal cyst)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이씨는 복강경수술로 담관낭을 절제하고 소장을 이용해 담도를 새로 만드는 수술을 받았다. 5일 동안 입원 치료를 받은 뒤 퇴원한 이씨는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일주일 정도 멀리한 뒤 일상을 회복했다.


담즙 흘러가는 길이 기형처럼 커지는 담관낭

담관(담도)은 간에서 만들어진 소화물질 중 하나인 담즙이 흘러내려가는 길이다. 담관낭은 담관이 기형처럼 커지는 질환을 뜻한다. 늘어난 담관은 치료를 받더라도 원 상태로 돌아가지 않는다. 담관 끝부분이 담석이나 악성 종양 때문에 막히면 일시적으로 담관이 확장되기도 한다. 이런 질환은 치료가 끝나면 담관 크기가 어느 정도까지는 회복된다는 점에서 담관낭과는 다르다. 담관낭은 위치에 따라 ▶간 내부 담관이 확장되는 경우 ▶간 외부 담관이 확장되는 경우 ▶간 내외부 담관이 모두 확장되는 경우로 나뉜다.



담관낭 환자의 상당수는 10세 미만이다. 이는 담관낭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췌관과 담관의 연결 이상이 선천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췌장액이 흘러가는 췌관과 담즙이 흐르는 담관의 끝 부분이 십이지장 인근에서 만나야 하는데, 그보다 일찍 연결되는 현상이다. 이렇게 되면 췌장액이 담관으로 역류하면서 담관압이 상승한다. 결국 담관에 염증을 일으키고 담관이 확장된다. 담관염이 생기면 복통과 황달·발열 등이 나타나기도 하고 확장된 담관이나 담낭이 오른쪽 윗배에서 덩어리(혹) 형태로 만져지기도 한다. 하지만 특별한 증상 없이 초음파 검사를 받다가 담관낭을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 성인은 담도결석이 함께 생기거나 췌장염 검사 중 발견하기도 한다. 해부학적으로 담관낭이 보이기 때문에 진단은 비교적 쉽게 내려지는 편이다. 복부 초음파, 복부 CT, MRI 등의 검사를 이용해 담도계 상태를 확인한 뒤 진단한다.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담관낭 환자수는 2011년 1306명에서 2015년 1524명으로 16.7% 증가했다. 이중 여성 환자수가 남성 환자수의 약 3배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담도계 질환은 여성 환자가 더 많은 편이다. 2015년 기준 연령별 환자수는 10세 미만(29.3%)이 가장 많았고 50대(13.5%), 40대(11.8%) 순이다.



무역회사에 다니는 정모(32·남)씨는 일년 전 받은 건강검진에서 간 주변에 혹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뒤로 간간이 오른쪽 윗배가 아프긴 했지만 출장과 야근이 잦아 별다른 치료를 받진 않았다. 그는 새벽에 고열과 오한으로 급히 응급실을 찾았다. 혈액검사 결과 백혈구 수치와 간효소 수치가 상승돼 있었고 황달 증상도 보였다. 담관염으로 진단 받은 정씨는 항생제 치료를 받았다. 열이 내린 뒤 정밀검사를 위해 CT검사를 한 뒤 담관낭으로 확진받았다. 정씨는 로봇수술로 담관낭을 절제하고 담관과 소장을 잇는 수술을 받았다. 5일 동안 입원해 경과를 관찰한 뒤 정씨는 특별한 문제 없이 퇴원했다. 정씨는 업무상 출장이 잦아 해외여행에 지장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별 제약 없이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담관낭은 나이가 들수록 담도계 악성종양이 생길 가능성이 큰 질환이다. 따라서 적절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3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담낭 및 기타 담도 암의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6.2명으로 9위를 기록했다. 5년 생존율은 29%다. 구체적인 생존율은 처음 발생한 장기를 벗어나지 않은 경우 51.3%, 주위 장기나 인접한 조직 혹은 림프절을 침범한 경우 34.6%다. 하지만 멀리 떨어진 다른 부위로 전이된 경우는 2.5%로 급격하게 떨어진다. 따라서 담관낭은 발견 즉시 외과적 절제술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담관낭의 형태에 따라 수술법이 다르긴 하지만 가장 흔한 수술법은 담낭을 포함해 간외담관낭을 완전히 절제하고 담관과 공장(소장의 중간부분)을 이어 담도를 새로 만드는 담관공장문합술이다. 과거에는 담관을 절제하는 대신 담도 우회로를 만드는 수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담관낭이 남아있으면 담관암이나 담낭암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낭성 종양이 있을 만한 모든 부위를 최대한 제거하는 수술이 시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개복수술보다는 복강경이나 로봇을 이용한 미세침습수술을 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어 수술이 끝난 뒤 겪는 통증과 흉터 부위를 줄이고 있다.



 



홍태호 객원 의학전문기자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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