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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드] 킴 카다시안 강도사건…오프라인 속으로 스며드는 SNS범죄

중앙일보 2016.10.1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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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NS 캡처]


‘2017 S/S 파리패션위크’가 열린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간) 수많은 모델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갤러리 한 명이 있었다. 킴 카다시안(36). 그는 이날도 어김없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실시간으로 알렸다.

나흘 뒤, 지난 2일(현지시간) 오후 킴 카다시안 대변인은 카다시안이 묶고 있는 프랑스 파리의 호텔 방에 무장 강도가 침입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경찰에 따르면 카다시안은 호텔 방에서 경찰 복장을 하고 침입한 5인조 강도의 위협을 받았다. 이들은 카다시안을 화장실로 끌고가 그의 손을 테이프로 묶은 뒤 입에 재갈을 물렸다. 이들 중 한 명은 총을 들고 그를 위협했다.

이어 경찰은 “카다시안이 매우 놀라 충격을 받았지만, 신체적·물리적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날 카다시안은 450만 달러(한화 약 50억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반지와 700만 달러(약 77억2000만 원)가량의 귀금속이 든 보석함을 무장 강도에게 빼앗겼다.

사건 이후 킴 카다시안이 SNS에서 자신의 부를 자랑하다가 강도의 표적이 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프랑스 경찰도 새벽에 들이닥친 경찰 복장의 5인조 강도는 50억 원 상당의 약혼 반지를 노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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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시안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다이아몬드 이모지 (emojiㆍ그림문자) 3개와 함께 엄지손톱 두 배 크기의 보석이 달린 반지를 착용한 사진 한 장을 게재, ‘좋아요’ 수 4만3000여 건을 얻으며 많은 팬의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결국 화를 불러온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보면 범인들이 카다시안의 일정에 맞춰 계획범죄를 모의할 수 있었다. 단지 ‘약혼반지’ SNS가 범행동기에 불을 지폈을 뿐이다.

▶오프라인 속으로 스며드는 SNS범죄

당신은 SNS라는 창을 통해 내밀한 사생활을 드러낸다. 무엇을 좋아하고, 어디를 갈 예정인지 등. 이런 글들은 당신을 잘 아는 사람들이 주로 본다. 그리고 도둑이나 강도 등 범죄자들도 본다는 걸 알아야 한다.

카다시안 사건은 정보의 편리한 이동과 소통의 장인 SNS가 범죄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걸 잘 보여준다. SNS의 개방성과 신속성이 독이 되기도 한다. SNS에 담긴 개인정보나 위치정보 서비스를 이용해 기존 오프라인상의 범죄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24일 서울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한 20대 여성은 SNS에 매장 주소를 올렸다가 강도 피해를 당할 뻔한 사건이 있었다. 범인은 SNS를 통해 여성이 운영하는 매장주소를 확인하고, 근처에서 3시간 동안 숨어있었다. 이후 피해 여성이 택시에 내려 집에 들어가자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함께 탑승해 범행을 저질렀다.

또 SNS에 실린 사진을 보고 첫눈에 반해 한 달 동안 문자 555통을 보내는 등 스토킹한 20대 남성이 지난 8월 붙잡혔다. 이 남성은 여성의 SNS를 뒤져 집 주소를 알아낸 뒤 주변을 서성대며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놓는가 하면 여성의 직장까지 쫓아와 행패를 부렸다. 결국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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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경찰조사에 따르면 인터넷·SNS 등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 성범죄 검거 인원은 2013년 159명, 2014년 183명, 2015년 189명으로 증가했다. 성적(性的) 목적으로 공공장소를 침입해 검거된 인원도 2013년 21명에서 2015년 48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2014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등 국내 주요 SNS 서비스를 이용하는 수도권 거주자 1000명(남성 508명, 여성 49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6.9%가 SNS를 통해 이 같은 범죄를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유형별로는 성범죄가 7.6%로 가장 많았고, 사기범죄(7.0%), 스토킹(6.9%), 사칭(4.3%), 인격적 법익침해(1.8%) 순이다.

▶사회공학 해킹…사람을 속여 허점을 파고든다

SNS를 통해 나가는 개인정보를 노리는 범죄자들이 또 있다. 바로 해커들이다. 그들에겐 SNS는 해킹의 단초를 제공하는 ‘정보의 바다’다. 보안컨설팅회사 그레이해쉬 이승진 대표는 “예컨대 회사의 보안담당자가 SNS에서 ‘며칠간 밤을 새워 야근 때 졸려 죽겠다’고 썼다고 하자. 해커는 이 글을 읽고 심야 해킹을 계획할 수 있다”고 말했다.

SNS를 통해 발생하는 일련의 범죄를 전문가들은 ‘사회공학(social engineering) 해킹’이라고 말한다. 사람을 속여 보안 시스템을 깨뜨리는 해킹이다. 상대의 방심 등 허점을 파고든다.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김승주 교수는 “보안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가 사람”이라며 “사회공학 해킹은 보안 시스템 그 자체보다 그를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을 해킹한다”고 정의했다.

▶범죄 피해 막으려면 '조심 또 조심'이 필요

‘SNS 범죄’ 피해를 막는다고 SNS를 완전히 끊는 게 방법은 아니다. SNS가 엮어준 풍성한 사회생활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SNS를 이용할 때 몇 가지만 주의하고 조심하면 범죄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사이버 경찰청 담당자는 게시글은 친구에게만 공개, 모르는 사람의 친구 요청을 할 때 신중히, 휴가일정이나 혼자 여행 중인 사실을 SNS에 내용을 올리지 말 것, 주기적 패스워드를 변경해 해킹 방지, SNS나 블로그에 개인정보(주소·연락처·직장 등)가 포함된 프로필은 반드시 비공개로 유지할 것 등을 당부했다. 이어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우면 일단 보안 담당자에게 연락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킴 카다시안은 현재 모든 일정을 무기한으로 중단하고 SNS 활동을 멈춘 상태다. 외신은 이 때문에 카다시안이 한 달에 약 100만 달러(약 11억원)의 손해를 봤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 매체는 “카다시안은 SNS 광고 효과 등으로 월 100만 달러의 부수입을 올렸다. 하지만, 대인관계 기피로 SNS를 중지하면서 그 수입을 고스란히 잃었다”고 밝혔다.

파리는 킴 카다시안에게 꽤 특별한 도시였다. 이번 방문처럼 매 시즌 패션위크에 참석하는 친근한 도시임엔 물론 2014년 5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결혼식을 올리기 전 남편인 카니예 웨스트와 주말을 함께 보냈던 로맨틱한 곳이었다. 그런데 이젠 끔찍한 도시가 돼 버렸다. SNS를 조심스럽게 하지 않은 탓이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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