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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밖 출제 제한했더니, 올 대입 역대 최고 ‘물 논술’

중앙일보 2016.10.10 00:30 종합 14면 지면보기
지난 1일 시작된 각 대학의 2017학년도 대입 논술고사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다소 쉽게 출제됐다.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를 출제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정부를 의식한 움직임이다. 입시 전문가와 교사들은 “수능 이후에 치러지는 대입 논술도 평이한 수준에서 출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종로학원, 논술 출제경향 분석
대학별 고사에 선행학습 영향평가
올 논술고사 예년보다 쉽게 출제

9일 김명찬 종로학원 학력평가연구소장은 “올해 대입 수능(11월 17일) 이전에 진행된 연세대·서울시립대·건국대·동국대·홍익대의 논술고사를 분석한 결과 대체로 교과과정 내에서 쉽게 출제돼 수험생의 체감 난이도가 낮았다”고 밝혔다. 종로학원이 연세대 자연계 논술을 치른 학생 96명에게 물은 결과 응답자의 70% 이상이 “전년도보다 쉬웠다”고 답했다. 연세대는 한때 논술고사를 까다롭게 출제해 “교과과정을 넘어선 문제를 낸다” “선행학습을 유도한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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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 연세대 수학 논술은 수험생들로부터 역대 논술 중 가장 쉬웠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다항함수와 원의 접선, 함수의 극한 등 상대적으로 쉬운 단원에서 주로 출제된 게 원인으로 꼽힌다. 과학도 지난해보다 쉽다는 반응이 많았다. 인문계 논술도 칸트의 영구평화론, 문명의 유입 등 학생에게 친숙한 소재가 제시됐다.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다. 동국대 인문계 논술은 전년도 논술에서 까다롭다는 평을 받았던 도표 분석 등을 올해 출제하지 않았다. 강혜원 중동고 윤리 교사는 “과거와 달리 평이해 학생, 진학교사 사이에선 ‘물수능(쉬운 수능)’을 빗대 ‘물논술’이라는 말까지 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추세는 정부 정책이 배경이다. 교육부는 공교육정상화법에 따라 올해 ‘대학별 고사 선행학습 영향평가’를 실시했다. 고교 과정을 벗어난 문제를 출제하면 정원 감축 등 불이익을 받게 된다. 올해 평가에선 연세대·서강대 등 12개 대학이 전년도 입시에서 교육과정 범위를 벗어난 문제를 출제했다는 지적을 받고 개선 계획을 제출했다.

논술 등 대학별 고사의 선발 인원이 줄고 학생부 종합전형(학종)이 확대되는 움직임과도 연관 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몇 년 전까지도 어려운 논술에 부담을 느낀 수험생이 준비가 충분치 않다고 여겨 논술 전형을 포기하는 경향이 강했다. 학종 확대로 학생들이 논술보다 학종을 우선시하자 대학들이 논술의 문턱을 낮춰 경쟁률을 유지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대입 논술은 수능 이후에 실시하는 대학이 더 많다. 진학교사들은 대학들이 선행학습 논란을 피하기 위해 교과서·EBS 교재의 지문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권영부 동북고 경제 교사는 “교과서와 EBS를 충실히 공부하면서 지원 대학의 기출 문제와 대학이 공개하는 논술 해설 강의를 통해 출제 경향을 파악하라”고 조언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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