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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애의 유레카, 유럽] 메이 “완벽한 주권국가로”…우려 커지는 급격한 브렉시트

중앙일보 2016.10.10 00:23 종합 17면 지면보기
영국에서 요 며칠간의 일이다.

“내년 3월 리스본조약 발동” 밝혀
장관은 “외국인 고용기업 망신 줄 것”

7일 파운드화가 아시아 시장에서 한때 3분 만에 6.1% 하락했다. 파운드당 1.2609달러에서 1.1841달러까지 급락했다. 31년 이래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영국인들이 6월 국민투표로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이후 17%나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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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영국 기업인들이 테리사 메이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정부는 모든 기업들과 협의하는 분명한 계획표를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같은 날 노동당 전 대표인 에드 밀리밴드와 보수당 내 EU 잔류파 의원들이 초당적 모임을 했다. “브렉시트란 중요한 결정에서 의회가 배제돼선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9일엔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의 책사면서 브렉시트를 지지했던 스티브 힐튼이 메이 총리를 향해 “닫힌 영국으로 향하게 한다”며 “무능하고 무책임하다”고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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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메이 총리가 2일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브렉시트 일정을 밝힌 이후 벌어진 일련의 일이다. 메이 총리는 내년 3월까지 영국의 EU 탈퇴를 규정한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겠다고 했다. EU와 협상이 타결되든 안 되든 2019년 3월말 이후엔 영국이 EU 회원국이 아니란 얘기다.
하드 브렉시트 우려가 커졌다고 말하는데.
보수당 전대 후 버나드 젠킨 보수당 의원은 “누구도 영국이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을 떠날 것이란 데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다. 하드·소프트를 가르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 하지만 단일시장을 우선해 EU에서 요구하는 4대 이동의 자유(상품·재화·사람·자본)를 수용하자는 게 소프트, 이민통제·주권을 강조해 단일시장을 포기할 수 있다는 쪽이 하드다.

젠킨 의원의 관측대로, 메이와 장관들의 발언은 명백히 하드 브렉시트를 향해 있었다. 메이는 “독립적이며 완벽한 주권 행사 국가가 되겠다”고 했다. 앰버 러드 내무 장관은 “외국인 노동자를 많이 고용한 기업을 공개, 망신을 주겠다”고까지 했다.
EU가 영국에 양보할 가능성은.
 일단 50조를 발동하면 협상주도권은 EU가 쥐게 된다. 2년 내에 ▶연금·자산 등의 분할 ▶EU와 무역협정 체결 ▶EU와 무역협정을 체결 중인 53개 국과의 관계 설정 ▶EU와 형사·테러 분야 협력 등을 합의해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영국은 이 때문에 사전협상을 기대했으나 EU 정상들이 ’50조 발동 전엔 협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영국 관료는 물론 기업인들이 EU에 전화해도 받지않을 정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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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내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우호적이길 기대했다. 무역 관계 때문이다. 메르켈 총리는 그러나 최근 “한때 흔들렸으나 이젠 대안이 없다는 확신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단일시장에 접근하려면 4대 자유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더 강경하다. 이참에 본때를 보이겠다는 것이다. 유럽에선 메이와 장관들에 대한 불신도 강하다. “유권자 에게 단일시장도 이민통제도 가능하다는 환상을 심어주고 있다”는 점에서다. 점차 험악하면서 고통스러운 이혼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경제적 충격을 감안해 잠정체제를 합의한 후 본 협상을 할 순 없나.
영국이나 미국 월가에서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월가 인사들이 EU에게 이 가능성을 타진했는데 부정적인 답변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EU 내에선 잠정 체제가 자칫 영구 체제가 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영국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선거를 통해 당 대표가 되지 않았지만 메이 총리는 정치적으로 견고한 입장이다. 브렉시트에 대해선 영국독립당(UKIP), 경제·사회적으론 노동당의 레토릭을 구사하는데 이게 통하고 있다.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가 계속 실인심하며 야당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현 상황을 두고 브렉시트 반대 목소리는 노동당이 아닌 파운드화가 낸다는 비유가 나오는 실정이다. HSBC의 데이비드 브룸은 “정부 정책에 대한 사실상 야당이 파운드”(뉴욕타임스)라고 말했다.

파운드 급락이 아직 일상에서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 유권자가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메이도 그렇다. 탈퇴·잔류로 반분된 보수당이 극심한 갈등을 겪을 수 있다곤 하나 미래의 일이다. 하드 브렉시트 우려가 큰 이유다.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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