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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갈아타기 쉽게 중도상환 수수료 부담 줄여야”

중앙일보 2016.10.10 00:01 경제 6면 지면보기
통화정책의 효과를 높이려면 고정금리 대출자도 금리 인하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중도상환수수료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9일 ‘이질적 경제주체를 고려한 통화정책의 유효성 분석’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근 들어 ‘금리 인하=소비 증가’라는 공식이 깨진 것이 과거와 달리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커진 점과 관련 있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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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통화정책 관련 연구에서는 이자율이 떨어지면 경제주체가 저축을 줄이고 소비를 늘인다고 봤다. 따라서 금리를 내리는 확장적인 통화정책이 경기부양을 위한 효과적인 정책수단으로 쓰였다. 한국은행이 2012년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총 8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3.25%에서 1.25%까지 떨어뜨린 것도 이에 근거했다.

금융연구원 ‘통화정책’ 보고서
고정금리 대출 비중 39%로 늘어
금리 내려도 소비 증가 효과 없어

그러나 김 연구위원은 실제로는 경제주체별 특성에 따라 이자율 하락으로 이익을 볼 수도,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금리 인하가 경기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는 결국 이익 보는 쪽과 손해 보는 쪽 중 어디가 더 많으냐에 달려있다는 게 최근의 연구 결과다(아드리앙 오클레르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

2011년부터 금융당국이 시행한 고정금리 대출 확대 정책은 바로 이 점에서 영향을 미쳤다. 이자율이 하락해도 이로 인한 혜택을 충분히 볼 수가 없는 고정금리 대출자 비중이 2011년 3.1%에서 지난 6월 38.8%로 10배 이상 늘었다. 그만큼 금리 인하가 경제 전체의 소비 증대로 이어지는 효과는 줄어들게 됐다. 변동금리가 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과거에 비해 ‘금리 인하→소비 증가’의 연결고리가 느슨해졌다는 뜻이다.

김 연구위원은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이려면 고정금리 대출자의 중도상환 수수료율을 낮추거나 수수료 부과 기간을 더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건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지만 반대의 경우엔 3년 이내 대출자는 1.5% 안팎의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이러한 문턱을 낮춰서 고정금리 대출자도 시장금리 인하기엔 변동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길을 터주자는 제안이다. 다만 은행 입장에선 대출 조기상환이 늘면서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이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중도상환 수수료를 부과하기보다는 이러한 비용을 고정금리 대출 이자율에 반영해서 상쇄시키는 방안을 고려할 만 하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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