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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개인만 불리한 ‘룰’vs 시장에 필요한 ‘툴’

중앙일보 2016.10.10 00:01 경제 2면 지면보기
한미약품 ‘늑장 공시’ 사태의 불똥이 공매도의 존폐 여부로 옮겨 붙었다. 공시 전 정보가 유출됐고 일부 세력이 공매도를 퍼부어 주가를 급락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한미약품의 악재성 공시가 나오기 직전인 9시 28분까지 이뤄진 공매도 거래대금(320억2600만원)은 이날 하루 공매도 거래대금(616억1779만원)의 절반에 달했다. 이날 하루에만 시가총액 약 1조7000억원이 사라졌고, 손실의 상당 부분은 개인들 몫일 것으로 짐작된다. 지난 5일에는 70대 투자자가 “늑장 공시로 1000만원대 손실을 봤다”며 한미약품 본사에서 분신 시도를 했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번 기회에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그러나, 공매도의 순기능을 강조한다. 공매도를 둘러싼 세 가지 입장을 본지가 정리했다. 전문은 온라인 중앙일보(joongang.joins.co.kr) 참조.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의 잣대
개인이 활용하는 플랫폼도 나와
-이태윤 NH증권 대안상품개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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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법적으로 인정된 공매도는 빌려온 주식을 미리 팔고 나중에 되사 갚는 ‘차입공매도(Covered Short-selling)’다.

흔히 공매도 행위를 ‘증시판 봉이 김선달’이라 부르지만, ‘무차입공매도(Naked Short-selling)’가 아니기 때문에 억울한 별명이 아닐 수 없다.

공매도가 국내에서 ‘악의 축’처럼 여겨지는 것과는 달리, 선진국 대부분은 여러 순기능을 인정하며 공매도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지수산출 기업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선진국 지수 편입의 평가항목으로 공매도와 주식대여를 넣고 있다. 공매도 법제화 여부가 시장 성숙도를 측정하는 항목 중 하나로 인정받는 것이다.

무수한 오해와 편견으로 점철돼 있지만, 사실 공매도란 주식시장의 수많은 도구 중 하나다. 주식 투자의 본질은 싸면 사고 비싸면 파는 것이다.

공매도는 이 단순한 진리를 이행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공매도는 시장에는 추가적인 유동성을, 투자자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하는 도구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세상 모든 도구가 그러하듯, 공매도도 현명한 투자자에게만 유용한 존재가 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적극적 투자 전략이 그러하듯, 공매도 역시 위험할 수 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도구 자체가 악할 수는 없다.

국내에서 공매도가 문제되는 것은 개인이 기관을 상대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일부 기관은 공매도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반면(그러나 대부분의 주식형 펀드는 공매도를 할 수 없다), 개인들은 공매도를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엔 이런 현상도 바뀌고 있다. 국내 증권사에서 개인이 공매도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해 주는 플랫폼을 출시했다. 이러한 플랫폼을 통해 개인도 기관이 공매도를 통해 구사하던 ‘롱숏 전략’을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다.

제2, 제3의 한미약품은 언제고 다시 등장할 수 있다. 공매도 자체에 대한 논란에서 벗어나, 이러한 도구를 모두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시장환경 조성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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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기회 늘리고 유동성 공급
‘양날의 칼’ 부작용 대책은 필요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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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주장이 나올 정도로 공매도 제도가 부정적이라면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공매도를 왜 허용할까.

첫째, 공매도는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높여준다. 자본시장에서 효율성이란 기업과 관련된 정보가 주가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반영되는 것을 뜻한다.

실제 공매도는 기업의 악재성 정보를 해당 기업의 주가에 즉시 반영시켜 준다. 공매도로 인해 정보 비대칭이 줄어들 수 있다. 만약 공매도가 없다면 누군가 매집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고, 이는 주가 버블로 이어져 개인 투자자의 손실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둘째, 자본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준다. 특정 주식을 사고 싶어도 팔려는 사람이 없으면 거래가 형성되지 않는다. 주식시장에서 잠재 매수자는 모든 투자자가 될 수 있지만, 공매도가 없다면 잠재 매도자는 주식 보유자로 한정된다. 따라서 주식을 보유한 사람이 매도 주문을 내지 않으면 매수·매도의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 이때 공매도는 가격을 매개로 다양한 투자자로 하여금 신규 매도 수요를 창출한다.

셋째, 투자기회를 확대시킨다. 공매도가 허용되면 다양한 ‘중위험-중수익’ 금융상품을 설계할 수 있다. 특정 주식을 매수하고 또 다른 주식을 공매도하는 ‘롱숏(Long-Short)펀드’가 대표적이다.

다만,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시기에는 공매도가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국가는 위기 상황 시 공매도를 일시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공매도에 대한 인식이 나쁜 이유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들이 공매도를 악용해 부당이득을 거두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는 엄연한 불공정거래 행위인 만큼 엄중한 처벌이 필요한 사안이지, 공매도 자체를 무조건 나쁘게 볼 일은 아니다. 최근 도입된 공매도 잔고 보고 및 공시제도 역시 공매도 근절이 아닌, 공매도 거래의 투명성 강화가 목표였다.

공매도는 ‘양날의 칼’과 같다. 공매도가 범죄자의 도구로 활용된다는 이유로 공매도 자체를 비난할 필요는 없다. 공매도의 순기능을 고려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작전’ 넘쳐나고 단속은 힘들어
개인 재산 보호 못하면 없애야
-박창호 공매도 개선 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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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상으로는) 공매도는 주식이 고평가됐을 때 이뤄진다. 현실적으로는 아니다. 금융시장의 불안과 주식시장의 침체기를 틈타 집중적으로 공매도가 실행된다. 시장참여자의 투자 심리를 더욱 악화시키고 주가 하락을 가속화한다.

한미약품 사태에서도 그랬다. 한미약품은 물론이고 제약·바이오주 전체에 대한 공매도가 평소의 10배 이상 이뤄졌다. 한미약품이 업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손 치더라도 이렇게까지 공매도 세력이 활개치는 게 말이 되나. 공매도는 주식시장의 3주체인 외국인·기관·개인 가운데 개인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불평등 제도다. 헌법에 명시된 평등의 원칙에도 위배 된다.

공매도 세력은 반드시 주가가 하락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 악성 허위 ‘찌라시’를 동원하고, 업틱룰(공매도를 할 때 시장 가격 밑으로는 호가를 낼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을 교묘히 이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불법 행위를 금융당국이 사전에 막기는 불가능하다. 사후 적발도 어렵다(※아직까지 국내에서 미공개 정보를 간접적으로 전해 들은 펀드매니저 등 2차 이상 정보 수령자가 적발, 처벌된 사례는 없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제도를 도입해 외국계 자본이 참여하는 헤지펀드 시장을 키운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공매도 자금은 대부분 단기성 자본이다. 국내 자본시장의 장기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 그런데도 공매도를 허용하는 것은 국가가 나서 외국계 자본인 공매도 세력에 국민인 개인 투자자들의 재산을 적극적으로 넘기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겠다며 지난 7월 도입한 공매도 공시제는 개인들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공매도 제도 때문에 정부가 개인들의 재산을 보호해 줄 수 없다면 폐지만이 답일 것이다.

그런데도 공매도를 옹호하는 이들의 속셈은 뭘까. 공매도를 통해 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단기매매를 유도하는 것이 증권사의 이익(수수료 등)에 도움이 된다.

주가 급락에 무방비로 방치된 개인들의 손실은 결국 거대 자본가들의 이익으로 귀속된다. 그래서 방치하는 것은 아닐까.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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