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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한약재서 찾은 뇌 신경세포 보호 물질, 치매 극복 길 여나

중앙일보 2016.10.10 00:01 부동산 및 광고특집 1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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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를 완전히 치료하는 약은 아직 없다. 한약재에서 기억력을 높이고 치매를 막아줄 것으
로 기대되는 물질이 발견됐다. ‘BT-11 원지추출물’(이하 BT-11)이라는 생리활성 물질이다.

기억력 향상 돕는 ‘BT-11’

이 물질을 찾아낸 서유헌 가천대 뇌과학연구원장, 서 원장과 이 물질 실험을 한 라정찬 바이
오스타 줄기세포기술연구원장, BT-11을 넣은 건강기능식품 원료 배합 비율을 구상한 이상
희 전 과학기술처 장관에게 효과적인 뇌 건강법을 물었다.

기억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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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헌 원장

서유헌(이하 서)=뇌에는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가 복잡한 네트워크를 이루며 기능을 발휘한다. 정상인의 뇌는 20세 이후 하루 수만~10만 개 정도 신경세포가 파괴된다. 뇌를 너무 안 쓰거나 과다 사용하면 신경세포가 이보다 많이 죽는다. 특히 기억중추 기관인 해마의 신경세포가 손상되면 기억이 잘 입력되지 않아 기억력이 떨어진다. 치매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베타아밀로이드나 CT펩타이드 같은 독성 단백질이 뇌에 쌓여 뇌 신경세포를 죽인 탓에 생긴다.

뇌세포 손상을 막는 방법은.
=시냇물·바람 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 뇌에 좋은 자극을 줘 뇌세포 손상을 줄일 수 있다. 숲속 산책도 추천한다. 나무·폭포·시냇물 등에서 나오는 피톤치드·음이온은 뇌를 진정시켜 주고 뇌 속 유해물질을 중화한다. 봉사활동을 하면 기억력 감퇴를 줄일 수 있고 노년기 치매 예방에도 좋다. 운동은 ‘천연 항우울제’로 통한다. 운동하면 뇌로 들어가는 혈류량이 늘어 뇌세포가 건강해진다. 아침식사는 뇌 활동을 극대화한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균형 잡힌 식사를 하면 신경세포에서 신경전달물질이 충분히 만들어진다. 뇌 신경세포가 좋은 영양을 공급받으면 잘 자란다. 탄수화물은 뇌 에너지로, 단백질은 뇌 신경전달 물질 원료로 쓰인다. 치매를 막는 비타민 B1·B6·B12와 항산화비타민 A·C·E도 섭취한다. 최근 ‘BT-11’이 뇌세포 손상을 막으면서 독성 단백질 생성을 막는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BT-11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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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정찬 원장

라정찬(이하 라)=BT-11은 한방에서 수험생 보약으로 통하는 ‘총명탕’의 주원료인 원지(遠志)에서 분리·추출한 물질이다. 서 원장이 세계 최초로 찾아냈다. 이 물질이 치매를 유발하는 독성 단백질의 생성을 막고 이 단백질의 독성을 완화해 기억력을 높인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입증됐다. 동물실험에서 이 물질을 먹은 쥐는 먹지 않은 쥐보다 미로를 잘 헤쳐나갔다. 물속 두 개의 방 중 한 방에만 전기충격을 주자 이 물질을 먹은 쥐는 전기충격을 준 방을 기억하고는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았다. 같은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아도 이 물질을 먹지 않은 쥐보다 덜 우울했고 운동능력이 개선됐다.

임상에서도 성과가 입증됐나.
=그렇다. 건강한 성인 48명 중 23명에게 이 물질이 100㎎ 든 약을, 나머지 25명에게는 가짜 약을 하루 세 번씩 먹게 했다. 4주 뒤 이 물질을 먹은 사람은 정답을 떠올려 말하는 능력이 좋아졌다. 이 물질은 노인의 기억력·인지력도 개선했다. 60대 후반 53명 중 28명에게 이 물질을, 25명에게 가짜 약을 하루 300㎎씩 먹게 했다. 8주 뒤 BT-11을 먹은 노인은 방향인지능력, 회상력, 집중력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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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전 장관

이상희=식품의약품안전처는 BT-11에 대해 성인이 하루 300㎎ 이상 먹으면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건강기능식품 개별인정 원료로 승인했다. BT-11이 뇌 신경세포 손상을 막는다면 비타민C는 뇌세포가 늙는 것을 막고, 감마리놀렌산은 혈행을 개선해 뇌 신경세포가 산소·영양분을 잘 공급받도록 돕는다. 지난달 출시된 건강기능식품을 설계할 때 이 세 성분을 주원료로 구성한 이유다.


BT-11을 넣은 치매 치료제도 나오나.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이 물질을 경도인지장애(치매 전 단계)의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는지 효능을 입증하기 위해 내년까지 전임상(동물실험 단계)을 끝내고, 임상시험에 착수할 예정이다. 효능이 입증되면 2020년께 신약 제품으로 출시될 전망이다. 또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1·2상)은 내년께 착수할 예정이다.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추는 약이 있다. 기억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 농도를 높여주는 약, 신경세포가 과잉 흥분해 죽는 것을 억제하는 약 등이 대표적이다. 동물실험 등을 통해 BT-11은 이 두 가지 약의 기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심교 기자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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