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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돌아온 독감의 계절, 다음달 초까지 예방접종 꼭 하세요

중앙일보 2016.10.10 00:01 부동산 및 광고특집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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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순(66?가명)씨가 예방주사를 맞고 있다. 임씨를 비롯한 65세 이상 노인, 영유아, 임신부, 만성질환자는 독감 고위험군에 속한다.

반갑지 않은 ‘독감의 계절’이 돌아왔다. 독감은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지만 접종률은 30%
안팎에 그친다. 흔한 질환이라 예방에 대한 인식이 낮고 ‘독한 감기’로 오인하는 사람이 적

효능 좋아진 ‘4가 백신’ 국내 첫선

지 않다. 그러나 독감은 매년 2300여 명이 사망할 정도로 위험한 질환이다. 본격적인 독감
철에 앞서 예방접종이 중요한 이유다. 올해는 기존 ‘3가 백신’에서 진일보한 ‘4가 백신’이
새로 등장해 기대를 모은다.

독감 백신은 다른 백신과 달리 매년 맞아야 한다. 독감을 유발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변화무쌍하게 모습을 바꾸기 때문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DNA 구조는 단선형으로 인간의 이중나선형보다 불안정하다. 불안정한 만큼 돌연변이가 자주 일어난다. 1918년 스페인독감, 1957년 아시아독감, 1968년 홍콩독감, 2009년 신종플루까지 대량 집단감염 사태(Pandemic)가 간헐적으로 발생한 이유 역시 새로운 돌연변이가 등장해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가운데 인간에게 감염되는 유형은 A형과 B형이다. A형은 H와 N으로 표현되는 단백질이 어떻게 구성됐는지에 따라 재분류한다. 어떻게 조합되느냐에 따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유형이 있다. 가장 흔하게 유행하는 형태는 H1N1형(스페인독감·신종플루), H2N2형(아시아독감), H3N2형(홍콩독감) 세 가지다.

B형은 비교적 간단하게 분류된다. ‘야마가타’형과 ‘빅토리아’형 두 가지가 전부다. 그러나 유형이 둘뿐이라고 쉽게 볼 순 없다. A형만큼 감염력이 높고 치명적이라는 사실이 최근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독감 환자의 40%는 B형에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강남성심병원 호흡기내과 이재갑 교수는 “지금까진 A형이 더 위험하다고 알려졌지만 최근엔 B형도 만만찮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며 “무엇이 더 치명적인지 딱 잘라 말하긴 어렵다. 다만 B형은 A형에 비해 소아·청소년 감염이 많고 백신을 맞아도 항체가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아·청소년은 B형 감염 많아
독감 백신은 다양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유형 가운데 세 가지만을 예방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2월 그해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 3종(A형에서 2종, B형에서 1종)을 예측한다. 제약사는 이 예측을 바탕으로 백신을 만든다. 예컨대 지난겨울엔 A형 가운데 H1N1형과 H3N2형, B형 가운데 야마가타형이 포함됐다. 그해 유행하는 바이러스 유형이 예측 범위 안에 있다면 백신이 효과를 발휘하지만 불행히도 예측이 빗나가면 독감 환자가 크게 늘어난다.

문제는 예측이 자주 빗나간다는 점이다. 예측이 빗나가는 경우를 ‘미스매치(mismatch)’라고 하는데, 의외로 B형에서 미스매치가 많다. 미국은 2001∼2011년 사이 10년간 다섯 번, 유럽은 2003∼2011년 사이 8년간 네 번이나 B형에서 미스매치가 발생했다. 보기가 두 개뿐인 쉬운 문제 같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감염병 전문가라도 50점짜리 성적표를 받을 수밖에 없는 어려운 문제다. 사실상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한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오히려 2009년 신종플루 이후 더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이재갑 교수는 “신종플루 전에는 그래도 두 가지 유형이 해마다 번갈아 가며 유행하는 나름의 패턴이 있었는데 최근엔 이런 패턴조차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독감 유행 양상도 완전히 바뀌었다. 종전에는 12~1월에 A형이 크게 유행한 후 B형은 3~5월에 유행했지만 지금은 두 유형의 유행 시기가 겹친다. A형은 1월 초부터, B형은 2월부터 유행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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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CDC·EMA ‘4가 백신’ 접종 권고
한 번에 네 가지 유형을 예방하는 ‘4가 독감 백신’의 등장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4가 백신엔 A형 두 가지와 B형 두 가지가 들어간다. 사실상 B형을 완벽히 예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WHO와 미국질병통제센터(CDC), 유럽의약품청(EMA)은 이런 이유를 들어 4가 백신의 접종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 앞서 4가 백신을 도입한 나라에선 바로 효과가 나타났다. 미국을 예로 들면 매년 독감 환자가 3만 명 줄고, 사망자 역시 700명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다. 호주는 아예 국가 필수 예방접종 사업에 4가 백신을 도입했다.

국내에서도 올해 겨울부터는 4가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다. 특히 세계 최초로 세포배양 방식으로 생산된 4가 독감 백신이 선보여 눈길을 끈다. SK케미칼의 스카이셀플루(4가)는 계란을 사용해 백신을 생산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항생제·보존제가 첨가되지 않았다. 국내 생산 4가 백신 가운데 유일하게 만 3세 이상 전 연령에서 접종할 수 있다. 접종 시기도 중요하다. 너무 빠르거나 늦어도 감염 위험이 있다. 이재갑 교수는 “독감 백신 효과는 6개월가량 지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독감 유행이 완전히 끝나는 3~5월까지 효과가 이어지려면 10월 말에서 11월 초가 가장 적당하다”고 말했다.

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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