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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갑자기 숨 헉헉, 다리 퉁퉁 심부전 증상 의심됩니다

중앙일보 2016.10.10 00:01 부동산 및 광고특집 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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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질환의 하나인 심부전(心不全). 이 질환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법한 질환이지만 제대로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올해 심부전연구회와 한국심장재단이 성인 136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5%가 심부전 증상을 다른 질환과 구분하지 못했다. 응답자의 90%는 심부전 예후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질환에 대한 낮은 인지도가 치료시기를 놓치게 만들고, 결국 높은 사망률로 이어져서다. 더구나 고령화가 진행된 2040년에는 심부전 유병률이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심부전 바로 알기 캠페인 ①

노화 증세로 오인 쉬워
치료 때 놓치는 환자 많아
암보다 5년 생존율 낮아


충남 아산에 사는 박정석(60·가명)씨. 그도 12년 전에는 심부전을 잘 알지 못했다. 다소 비만 체형이었지만 평소 축구 같은 격렬한 운동을 즐겨 스스로 건강하다고 믿었다. 박씨는 언제부턴가 평소보다 숨이 차다고 느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그저 정신력 부족 탓으로 여겼다. 그러다 조금씩 다리도 붓기 시작했다. 그는 그해 건강검진에서 심장에 이상 소견이 있어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정밀검사 결과, 그가 받은 진단은 심부전. 박씨는 “처음에는 의사가 겁을 주는 줄 알았다”며 “만약 심부전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최대한 빨리 치료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듬해 심장이식수술을 받고 나서야 비로소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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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년 발병률 2배 이상 증가 우려
심부전은 이름 그대로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심장의 본래 기능인 펌프 기능이 떨어지면서 체내 대사에 필요한 양의 혈액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게 된다. 이로 인해 생기는 증상은 다양하다. 우선 몸이 붓기 시작한다. 발목이 집중적으로 붓는다. 다리로 내려간 혈액이 중력과 약해진 심장 기능 탓에 몸 위쪽으로 다시 잘 올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은 발목을 손가락으로 눌러보면 쉽게 손자국이 남는다.

호흡곤란도 주요 증상이다. 힘든 운동을 했을 때처럼 숨이 찬다. 계단을 오르거나 몸을 무리하지 않아도 쉽게 숨이 찬다. 심하면 일상생활이나 휴식 중에도 숨이 차곤 한다. 특히 누워 있으면 기침과 함께 숨이 차고 다시 앉으면 나아지는 증상이 뚜렷해진다. 누우면 중력에 의해 피가 심장 쪽으로 쏠리고, 심장 안의 압력이 높아져 폐부종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고대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김응주 교수는 “심장이 힘껏 펌프질을 해야 하는데 심부전이 되면 심장이 내보내는 혈액의 양이 줄어들어 심장에 피가 남고 고이게 돼 심장이 받는 압력이 높아진다”며 “그러면 심장에 혈액이 들어오기 전에 거치는 폐에도 압력을 높여 호흡곤란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호흡곤란은 불면증으로도 이어진다. 김 교수는 “진단을 받기 전에는 환자들 대부분이 심부전 증상을 기력이 쇠해 오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며 “나이 탓을 하다가 치료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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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3명 중 1명은 1년 내 재입원
통계청에 따르면 심장질환은 국내 사망원인 2위(2014년 기준)를 차지한다. 2012년부터 부동의 2위였던 뇌혈관질환을 제쳤다. 심부전은 심근경색, 협심증, 심장판막질환 등 심장질환과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다다르게 되는 ‘종점’으로 불린다. 이들 질환이 심장에 계속 무리를 주기 때문이다. 심장이 부담을 견디다 못해 마지막에 심부전 질환으로 악화된다는 얘기다.

심부전이 심각한 질환이라는 사실은 여러 수치들을 보면 금방 드러난다. 5년 내 사망률이 50%에 달한다. 폐암을 제외하고는 어떤 암보다도 높은 사망률이다. 재입원율도 높다. 한번 심부전으로 진단된 후 입원한 환자가 1년 안에 다시 입원하는 비율이 30%를 넘는다. 3명 중 1명은 재입원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재입원이 거듭될수록 그 기간은 점점 짧아진다.

김 교수는 “심부전으로 입원했다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고 사실은 심장이 임계치를 넘었다는 의미”라며 “그 후에는 사소한 균형이 깨져도 다시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부전 치료를 위해선 무엇보다 진단 후 관리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염분 섭취량 하루 6g 넘지 말아야

일반적으로 물은 많이 마실수록 건강에 좋지만 심부전 환자는 하루 1.5~2L 이하로 섭취해야 한다.

혈관 내에 흐르는 혈액의 부피를 늘릴 수 있어서다. 심장이 처리해야 할 혈액이 늘어나게 돼 부담도 증가한다. 염분 섭취도 하루 5~6g 이하로 줄여야 한다. 염분은 갈증을 유발하는 데다 삼투압 현상으로 체내 수분을 혈관으로 끌어당겨 이 역시 심장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관절염 약 복용도 주의하는 것이 좋다. 관절염 약 가운데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염분을 끌어당기는 성질이 있어 약 복용 시 염분을 많이 섭취한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 맥박이 빨라지는 것도 심부전의 위험요소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줄이고 감기를 조심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응주 교수는 “심장은 눈에 안 보이기 때문에 증상이 나아지면 다 나았다고 생각하게 돼 약 복용이나 식단 조절 등 평소 지켜야 할 생활수칙을 어기게 된다”며 “환자와 가족이 경계심을 늦춰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루 1kg, 1주일에 2kg 이상 체중 늘면 병원 찾아가야”
인터뷰│심부전연구회 유병수 연구위원장


심부전은 대표적인 고령층 질환이다. 전체 인구 기준으로 국내 유병률은 1.53%밖에 안 되지만 연령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65세 이상 유병률은 6~10%에 이른다. 70~80대에는 12%까지 높아진다.

질환의 심각성은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유럽에서 가장 흔한 입원 원인 중 1, 2위를 차지한다. 유병률은 2%지만 전체 의료비의 15%를 차지한다. 대한심장학회 심부전연구회 유병수(원주세브란스 기독병원·사진) 연구위원장을 만나 치료율을 개선하는 방법을 들었다.

-심부전에 대한 국민 인지도가 낮은데.
“심부전을 신부전(콩팥병)과 헷갈리기도 한다. 질환 이름이 비슷하고 둘 다 몸이 붓는 증상이 있어서다. 또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처럼 심장 혈관이 막히는 심장병이 잘 알려져 있다 보니 심부전도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제대로 알고 대응해야 한다. 또 사망률이 높긴 하지만 진료를 잘 받고 원인을 조절하면 만성질환처럼 관리할 수 있다.”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인가.
“위험인자를 줄여야 한다. 원인 질환인 관상동맥질환이나 고혈압을 예방하는 방법과 똑같다. 이런 간단한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기름진 음식을 줄이고, 금연하고, 음주량을 줄이고,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건강에 좋은 습관으로 알려진 것들을 하면 된다. 무엇보다 심부전 증상이 생겼을 때 이를 인지하고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 쉽게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체중 증가다. 하루에 1kg 이상, 1주일에 2kg 이상 증가하면 의미 있는 변화다. 잘 먹고 안 움직여서 오는 체중 증가가 아니다. 부종이 생김에 따라 체중이 느는 거다. 단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체중은 일정한 시간에 재야 한다. 하루에도 여러 번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 소변을 본 뒤 식사 전에 체중을 확인하라고 권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재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정확히 알 수 있다. 신부전으로도 부종이 생기긴 하지만 기준이 다르다.”

-감기가 심부전을 악화시킨다고 하던데.
“맞다. 열이 나면 맥박이 빨라진다. 심장이 정신을 못 차린다. 고스란히 심장에 부담을 주고 증상이 악화된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낫나.
“심부전 환자는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정기적으로 접종을 받으라고 환자들에게 교육한다. 고령인 데다 독감에 걸리면 상황이 더 나빠진다. 심부전 환자는 독감에 걸리면 거의 입원해야 한다고 보면 된다. 심부전 환자는 꼭 정기적으로 예방주사를 챙겨야 한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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