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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가에서 빨래하고 간이식수대에서 설거지…태풍 직격탄 맞은 양산 감결마을

중앙일보 2016.10.0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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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제18호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피해를 본 경남 양산시 양산시 상북면 소토리 대우마리나아파트 주민들이 아파트 입구에 설치된 임시 수도시설에서 설거지 등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9일 오전 경남 양산시 상북면 감결마을. 대우마리나아파트 뒤쪽에 살고 있는 신두성(73)씨는 아직도 지난 5일 태풍 ‘차바’때를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신씨는 이날 오전 10시30분쯤 집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러나 아파트 쪽에서 비명소리 같은 것이 연이어 들려 잠에서 깨어났다. 그러나 밖으로 나가려고 1층으로 된 슬레이트집 현관문을 밀었으나 열리지 않았다. 어느새 물이 마당에 가득 들어차 문이 열리지 않은 것이다. 깜짝 놀란 신씨는 현관 유리문을 부순 뒤 자신의 부인(69·지체장애 2급)을 들쳐 업고 딸(40)과 함께 가슴까지 차오르는 물길을 헤쳐 가까스로 인근 교회 쪽으로 탈출을 했다.

신씨는 “물이 빠지고 난 뒤 쓸 수 있는 거라고는 저 밥그릇과 몇몇 주방용품 밖에 안남았다”며 “TV와 냉장고 등 모든 가전용품과 귀중품들이 난리통에 사라지거나 물에 젖어 폐기처분 했다”고 말했다. 신씨의 집에는 시멘트로 된 방바닥과 벽체 등 뼈대만 남아 있을 뿐 가전용품 등은 가구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마당에는 흙이 잔뜩 묻은 식기류만 수북히 쌓여 있었다. 신씨는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이 다 무너져버렸는데 어디서부터 복구를 해야 할 지 막막해 손댈 엄두도 못하고 있다”며 “인근 아파트 피해만 보도가 되고 이곳은 전혀 피해상황이 알려지지 않아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은다”고 하소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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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제18호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피해를 본 경남 양산시 양산시 상북면 소토리 대우마리나아파트에 전국재해구호협회 세탁구호차량이 투입 돼 피해 주민들의 세탁물을 처리해주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인근 마리나아파트(625가구)는 이번 태풍에 아수라장이 됐다. 1층 61가구와 지하주차장이 침수되면서 차량 250여 대가 피해를 입었다. 실제 이날 지상 주차장에는 진흙 범벅이 된 승용차 한 대가 주차돼 있었다. 유금순(78·여)씨는 “103동 15층에 사는데 그날(5일) 10시 30분쯤 베란다에서 보니 지상주차장에 차들이 둥둥 떠다녔다”며 “내 평생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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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제18호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피해를 본 경남 양산시 양산시 상북면 소토리 대우마리나아파트에 투입된 53사단 장병들이 태풍피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 아파트는 지하주차장과 1층이 물에 잠기면서 전기와 수도 공급도 중단됐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고층에서 저층으로 걸어서 출퇴근을 하거나 물 등을 구하러 다녀야 했다. 양산시 등은 급식차 등을 지원해 이들 주민들이 삼시세끼를 아파트 앞 급식차에서 지난 8일까지 해결하도록 지원했다. 다행히 8일 오후 4일간 끊겼던 전기 공급은 재개됐다. 그러나 수도물이 아직까지 공급이 안되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아파트 옆 냇가에서 빨래를 하거나 아파트 입구 쪽에 마련된 간이식수대에서 설거지를 해야 했다. 임병오(64)씨는 “물이 안나와 빨래를 할 수 없어 여기서 이렇게 빨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102동에 사는 박진우(35)씨는 “다행히 어제 저녁부터 전기 공급이 돼 간단한 식사는 할 수 있게 됐다”며 “하지만 물이 안나와 이렇게 온 가족이 식사 후 함께 설거지를 하러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군인과 자원봉사자들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진흙과 물을 빼내는 작업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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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제18호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피해를 본 경남 양산시 양산시 상북면 소토리 대우마리나아파트에 침수된 차량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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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제18호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피해를 본 경남 양산시 양산시 상북면 소토리 대우마리나아파트의 침수된 지하주차장에서 중장비를 동원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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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제18호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피해를 본 경남 양산시 양산시 상북면 소토리 대우마리나아파트의 침수된 지하주차장에서 주민과 공무원,군장병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아파트 옆 상가도 1층은 거의 다 물에 잠겨 피해가 컸다. 상가에서 피아노학원을 하고 있는 신방희(43·여)씨는 “인근 양산천에 물이 넘치면서 직선으로 30~50m 거리에 있는 아파트와 마을이 피해가 커졌다”며 “아파트 위에서 보니 아파트로 건너다니는 양산천 다리에 각종 나무들이 한가득 쌓여 있어 물이 이곳으로 넘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리 옆에 살고 있는 주모(59·여)씨는 “다리쪽에 대형 통나무 등이 잔뜩 쌓여 다리 옆으로 물이 넘치면서 마을과 아파트 쪽으로 흘러갔다”고 말했다.

실제로 양산천 곳곳에는 35호선 국도와 마을을 연결하는 길이 10여m의 교량이 곳곳에 있는데 교량의 높이가 낮아 상류에서 떠내려온 목재나 쓰레기 등이 교량 기둥이나 나간에 걸리면서 물의 흐름을 지체시켰다는 것이다. 실제 마리나 아파트 인근의 교량에는 목재와 폐기물 등이 그대로 쌓여 있어 당시의 상황을 짐작하게 하고 있다.

대우마리나아파트에서 차로 5분정도 거리에 있는 북정동 공업지구 등에도 1~2개 업체가 양산천으로 물이 제때 빠지지 않으면서 침수 피해를 입었다. A기업의 B대표는 “공장 출입구 쪽에 1m 이상 높이로 차단벽을 쳐 그동안 웬만한 비에는 피해가 없었다”며 “이번에는 인근에 배수펌프장이 있는데 이곳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물이 하수구로 역류해 7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B대표는 “당시 배수펌프 4개중 1개만 가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양산시 관계자는 “당시 4개 펌프가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양산=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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