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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광안리 횟집거리, 콜레라·김영란법·태풍에 3중고 ‘울상’

중앙일보 2016.10.0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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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수영구 민락동 민락수변공원 해안가에 설치된 선박 모형의 조형물. 돌과 철근으로 만들어진 조형물이 제18호 태풍 차바(CHABA)의 영향으로 일부가 부서져 철근이 앙상하게 모습을 드러내놓고 있다. 강승우 기자

9일 낮 12시 부산 수영구 민락동 민락수변공원 해안도로. 바로 옆에 바다를 끼고 있는 이곳 해안도로 산책로에는 평소 오후처럼 산책을 하는 시민과 경치를 즐기는 관광객 수십여 명이 있었다. 다른 한곳에서는 시민들이 돗자리를 깔고 도란도란 모여 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있는 한가로운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왕복 4차로 도로를 사이로 해안도로 건너편의 횟집거리는 이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며칠 전 부산을 강타한 제18호 태풍 차바(CHABA)가 할퀴고 간 상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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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호 태풍 차바(CHABA)의 영향으로 부산 수영구 민락동 민락수변공원 인근 한 편의점이 부서져 영업을 못하고 있다. 강승우 기자

특히 이곳은 바닷가와 50여m 떨어진 곳이라 피해가 컸다. 인근 한 편의점은 외벽 유리창이 모두 부서진 채로 영업도 포기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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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수영구 민락동 민락수변공원 인근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이모(61)씨. 9일 낮 12시 점심 시간인데도 가게에는 손님이 없어 이씨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씨는 “콜레라에 김영란법, 태풍까지 30년 동안 횟집을 하면서 이리 힘든 적은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강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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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낮 12시 부산 수영구 민락동 민락수변공원 인근 한 횟집. 점심 시간인데도 영업을 포기했다. 활어가 가득해야 할 수족관은 텅 비어 있다. 강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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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부산 수영구 민락동 민락수변공원 인근에서 활어와 횟감을 판매하는 임채욱(42·오른쪽)씨. 제18호 태풍 차바(CHABA)의 영향으로 바다와 가까웠던 가게에 바닷물이 들어차 큰 피해를 입었다. 강승우 기자

이곳 횟집거리에서 활어와 횟감을 파는 임채욱(42)씨는 이번 태풍에 두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평소 같으면 손님 맞느라 정신이 없을 시간이지만 상가 주변에는 손님이 보이지 않았다. 

임씨는 “태풍에 수족관이 깨져 활어들이 파도에 휩쓸려 많이 떠내려갔다. 그나마 몇 마리 겨우 건진 활어들도 파도에 넘어온 흙탕물을 뒤집어 쓰는 탓에 팔기도 힘든 지경”이라며 “재료를 보관하던 냉장고도 바닷물에 잠겨 다 썩어 버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횟집 상인 박복자(62·여)씨도 “이대로 가다가는 이곳 상인들 모두 굶어 죽을 판”이라며 “직원들 일당 줄 형편이 안 돼 대부분 사장 혼자 나와서 영업하는데 손님도 뚝 끊겼다”고 토로했다.

이곳 민락동 횟집거리는 100여 곳의 횟집과 300여 곳의 활어 판매 상가들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자갈치사장과 더불어 부산의 횟집 명소다.

하지만 이곳 상인들은 연이어 터진 악재에 울상을 짓고 있다. 태풍에 앞서 지난 8월 경남 거제에서 콜레라가 발생하면서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활어를 취급하는 이곳 상인들에게 콜레라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인근 활어직판장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64·여)씨는 “콜레라 여파에 활어 등 수산물 소비가 급격히 줄면서 그 피해가 상인들에게 고스란히 넘어왔다”며 “콜레라는 잠잠해졌지만 지금도 마수걸이를 못하는 날이 허다하다.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 정도”라고 했다.

이곳 1층 활어직판장에는 190여 개의 상가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기자가 이날 둘러보니 손님을 맞고 있는 가게는 채 10곳이 되지 않았다.

이곳 상인들은 지난달 28일 시행한 김영란법에 또 한번 된서리를 맞은 분위기다. 평소 휴일 점심 시간에는 친목회 등 모임으로 횟집거리가 문전성시를 이뤘지만 그런 모습을 찾기가 힘들어졌다.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횟집거리도 한참 바쁠 점심 시간인데 썰렁했다. 몇몇 횟집은 아예 영업을 포기하고 문을 닫았다. 활어가 가득해야 할 수족관도 텅 비어 있었다.

인근 30여 곳의 횟집을 둘러봐도 손님을 가득 채운 가게는 한 곳도 없었다. 가게 테이블의 절반 이상이 손님 없이 비어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가을 전어 특수도 찾아 볼 수 없었다. 30년 가까이 광안리에서 횟집을 하고 있는 이모(61)씨는 “콜레라 여파로 매출이 70% 넘게 떨어졌다가 겨우 회복되는가 싶었는데, 태풍에 또다시 곤두박질치게 생겼다. 진짜 죽을 맛이다. 30년 동안 횟집을 하면서 지금이 최악인 것 같다”며 “이달에는 부산국제영화제와 불꽃축제가 열리는데 제발 손님들이 많이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부산=강승우 기자 kang.seu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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