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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글날] 국회의원 300명 중 9명은 한자 명패 사용, 이유는?

중앙일보 2016.10.0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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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오상민 기자

훈민정음 반포 590주년인 9일 현재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자 명패를 쓰는 의원은 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의원 300명 가운데 새누리당 김광림ㆍ김성태(비례)ㆍ김세연ㆍ유재중ㆍ이은재ㆍ이헌승ㆍ정종섭ㆍ하태경 의원과 국민의당 정인화 의원은 한글이 아닌 한자 명패를 쓰고 있다. 의원 표결 내용이 표시되는 본회의장 전광판에도 이들의 이름은 한자로 나타난다. 더불어민주당은 의원 122명 모두 한글 명패를 사용하고 있다.

한자 명패를 사용하는 의원들은 한자 활용이 활성화 되면 우리말 표현도 다양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인기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세자 이영(박보검 분)이 홍라온(김유정 분)을 궁에 들이기 위한 시험에 합격 시키자 이를 예상치 못한 홍라온이 “통(通)이요? 불통(不通)이 아니라?”고 말한 장면이 화제가 됐는데, 이 또한 한자를 활용한 우리말 표현이다.
이런 이유로 그 동안 주요 공문서에 한자 병용(竝用)제 도입을 주장해온 김광림 의원은 “우리말의 70%가 한자어라서 한자 병용을 활성화 할 필요가 있다”며 “한자어를 나쁘게 생각하고 한글과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생각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도 "한자는 원래 동아시아 공용어였다"며 "공동체에서 역사의 기억을 같이 한다는 게 중요한데, 우리 세대에서 한자 사용을 중단한다면 그 기억의 흐름이 단절될 수 있다"고 주장했고, 국민의당 정인화 의원은 "한자를 알면 한글의 표현과 이해 능력이 함께 향상된다는 게 나의 믿음"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서 관계 기관에 한자 활용ㆍ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 의원은 “우리 선대에서부터 한자를 써왔는데, 그 흐름이 끊기면 과거의 문서와 기록들이 사실상 암호로 남게 될 수 있다”며 “로마자를 이탈리아만의 문자 체계로 보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한자도 우리 실정에 맞는 문자로 자연스럽게 사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한자 문화권에 있는 나라에서 한자를 배척하면, 우리 젊은이들이 중국ㆍ일본이라는 거대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좁아질 염려도 있다”며 “이는 절대로 한글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자 명패를 쓰는 의원은 16대(2000~2004년) 국회 때만 해도 273명 중 157명이었다. 당시 일부 언론은 “이름을 쓰는 것만 봐도 나라ㆍ겨레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며 한자 표기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18대 국회땐 40여 명으로 한자 명패 사용자가 줄었고, 이번 20대 국회에선 9명만 사용하고 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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