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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케이블카 환경평가서 조작·부실…반려하고 처벌해야"

중앙일보 2016.10.09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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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자료 강원도 제공]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 추진을 위한 환경영향평가서가 조작되거나 부실하게 작성됐다며 평가보고서를 반려하고 작성업체를 형사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형수 의원 "현지 조사 사실 조작"
국립생태원 검토에서도 문제점 지적
멸종위기종 조사보고서 내용 누락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서형수(더불어민주당, 경남 양산을) 의원은 9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심의·협의 절차의 근거가 되는 자연환경검토서와 환경영향평가서 등을 분석한 결과, 조작됐거나 잘못된 자료를 적용한 사례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이 사업의 협의기관인 원주지방환경청은 환경평가서를 반려하고, 해당 조사서를 작성한 업체를 형사 고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환경영향평가서에서 2014년 5월 24일과 같은 해 12월 6일 등에 현지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돼 있으나 실제로는 현지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사례가 5차례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현지조사 여부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현지조사표가 누락됐다는 것이다. 특히 조사 경비 지출 영수증의 날짜까지 확인했지만 조사를 진행했다는 날짜와 일치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강원도 양양군이 추진하고 있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설악산 오색리 하부정류장에서 해발 1480m 높이의 끝청 하단 상부 정류장까지 총 3.5㎞의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이다. 지난해 8월 28일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산양 문제 추가 조사 및 멸종위기종 보호대책 강구' 등 7가지 조건을 달아 이 사업안을 승인한 바 있다.

양양군은 사업 최종 허가에 필요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 작성을 P엔지니어링과 H엔지니어링에 맡겼으며, M사에서 하도급을 받아 현지조사를 진행했고 현지조사표도 작성했다. 이들이 작성한 환경영향평가서는 지난 7월 26일 원주지방환경청에 제출됐으며, 현재 관련기관의 검토 등 협의 절차가 진행중인 상태다.

서 의원은 이 환경영향평가서에서 포유류·조류 전문가가 양서파충류와 어류까지 조사한 경우도 있고, 포유류 전문가가 식물상이나 식생을 조사한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생태분야 전문기관인 국립생태원에서도 평가서를 검토한 후 "동·식물 분야 참여자가 다른 분야의 조사자로 제시돼 있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원주지방환경청 관계자는 "현지조사표 누락 등에 대해서는 사실 관계를 확인해 필요하다면 보완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M사 측은 "박사급 전문가를 원한다면 몰라도 (포유류 전공 조사자가) 동류분류 기사 자격을 갖고 있으면 어류까지 분류할 수 있다. 종을 찾는 것은 분류기사로도 가능하다"며 "환경청에도 현재까지 해명을 요구한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양양군에서는 국립공원위원회의 요구에 따라 '산양 정밀조사 및 멸종위기종 보호대책 수립'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지난 6월에 중간보고서가 나왔으나 7월에 제출된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중간보고서에는 산양 외에도 삵·담비·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종이 무인센서카메라를 통해 확인된 지점을 케이블카 예정 노선 지도에 표시했으나, 환경평가서에는 이 지도가 누락됐다는 것이다.

황인철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상황실장은 "양양군이 발주한 용역보고서인데도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은 국립공원위원회가 지난해 8월 제시한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행 '환경영향평가서 등에 관한 협의 업무 처리 규정(환경부 예규 제566호)'에서는 현지 조사가 반드시 필요한 평가 항목에 대해 현지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현지조사를 실시한 것처럼 작성한 경우 등에 대해서는 평가서를 반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영향 예측 과정에서 조작되거나 문제가 큰 잘못된 기초자료를 적용하거나 잘못된 예측기법을 사용해 그 영향을 축소한 경우에는 평가서를 반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환경영향평가법'에서는 환경영향평가서를 거짓 또는 부실하게 작성할 경우 징역 2년 이하 또는 벌금 2000만 원 이하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다. 평가서의 거짓·부실 작성은 "동·식물 조사자료 등 현황조사 자료를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작성해 환경영향이 적은 것으로 인지되도록 한 경우"를 의미한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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