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방송국 사장 퇴임에 '10돈 황금열쇠' 선물…얼빠진 천안함재단

중앙일보 2016.10.09 12:39
천안함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국민 성금으로 만들어진 '천안함재단'이 예산을 엉뚱하게 써온 것으로 드러났다.

천안함 침몰 바다 앞에서 골프 치고
재단 이사장 저서 2천만원어치 구입
방송국 사장 퇴임선물에 297만원 써
유족 요청에도 5년 동안 감사 안 해

천안함 유족들의 문제제기에도 국가보훈처는 단 한 번도 재단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국회 정무위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보훈처로부터 받은 '천안함재단 운영현황 자료'에 따르면 '천안함 46용사 유족회'는 지난해 6월 재단 해체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청와대와 국가보훈처, 해군에 제출했다.

유족회는 탄원서에서 "재단이 피폐해지고 그 의미가 변질돼 유가족간의 친목과 화합을 오히려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재단 임원진의 독단적 운영과 예산 남용을 지적했다. 보훈처의 중재로 열린 '재단발전간담회'에서 유족들은 구체적인 사례들을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재단은 이사장의 개인 저서를 예산 2000만원을 들여 구입해 군부대 등에 기증했다. 유족들이 반발하자 그제야 이를 다시 반환하는 것으로 논란을 잠재웠다.
기사 이미지

천안함재단의 지출결의서. 모 방송국 사장 퇴임 선물로 금 10돈짜리 황금열쇠를 구입했다고 적혀있다. [자료제공=김해영 의원실]

유족들은 이사장과 이사진들이 경기도 평택의 해군 2함대 체력단련장(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기기도 했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천안함이 두 쪽 난 바다가 보이는 골프장에서 재단 이사진이 해군 준회원 자격으로 골프를 즐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유력 방송국 사장의 퇴임선물로 시가 297만원에 달하는 10돈짜리 황금열쇠를 선물한 사실도 드러났다. 유족이 공개한 재단 지출결의서에는 2012년 12월 4일이다. 재단은 방송국 사장 퇴임선물을 '고유목적사업비', '재단기반환경구축' 목적의 홍보비라고 기록했다.

반면 당시 46용사 추모사업과 유가족 지원사업으로 집행한 재단 예산은 연간 2700만원에 불과했다. 유족의 심리 치유를 위한 상담ㆍ건강검진과 유자녀 학비지원 등의 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유족들은 "46용사 기념비와 흉상 제작비 등의 지원도 미비했다"고 주장했다.

유족회는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며 보훈처에 감사를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설립된 뒤 지금까지 보훈처는 재단에 대한 감사를 하지 않았다.

김해영 의원은 "보훈처가 적극적으로 감독해 재단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아직도 가족을 잃은 슬픔을 안고 사는 유족들이 재단 때문에 더 고통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안함재단은…
천안함재단은 국민 성금 총 모금액 395억원 중 유가족 위로금을 제외한 146억원을 기초 재원으로 2010년 10월에 설립됐다.

이사장은 대전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조용근 전 한국세무사회장이 설립 때부터 6년째 연임 중이다. 서울 새로운교회 장로이기도 한 조 이사장은 2012년 4월 '기적은 순간마다'라는 책을 펴냈다. 책 속에는 조 이사장 개인의 신앙 간증과 종교적 에세이, 세무 관련 경력 등 자전적 내용이 들어있다.

한편 재단 고문 중에는 김인규 전 KBS 사장도 있다. 2013년 4월에 위촉됐다. 김 전 사장은 2009년 11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KBS 사장을 지냈다.
기사 이미지

천안함재단 홈페이지의 이사장 인사말. '기금이 한푼도 헛되이 낭비되지 않도록 운영하겠다'는 약속이 공허하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