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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지 철회 봇물… "대선 후보 사퇴하라" 주장도

중앙일보 2016.10.0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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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AP]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음담패설' 파문이 확대일로다.

6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공화당의 2008년 대선 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은 이날 성명을 내고 "조건부 지지조차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매케인 의원은 "여성을 모욕하고 성폭행을 과시하는 발언이 폭로되면서 조건부 지지를 지속하는 것조차 불가능해 졌다"고 말했다. 매케인은 또 "아내 신디와 나는 도널드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나는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한 적이 없다. 힐러리 클린턴에게도 투표하지 않겠다"고 했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위스콘신)은 트럼프의 여성 비하 발언에 대해 "역겹다"고 비난했다. 트럼프의 부통령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마저 "그의 발언을 용납할 수 없으며 그를 방어해 줄 수도 없다.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트럼프의 언행에 불쾌감을 느낀다"며 트럼프와의 공동 유세 일정을 취소했다.

보수 성향의 라디오 쇼 진행자 휴 휴이트도 트럼프를 더 이상 지지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공화당 경선 주자이던 칼리 피오리나 휴렛팩커드(HP) 전 최고경영자(CEO)도 지지를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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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존 튠 의원은 트럼프가 사퇴해야 한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밝혔다. [존 튠 의원 트위터 캡처]

트럼프가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공화당 서열 3위인 존 튠 상원 상무위원장(사우스 다코다)은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가 후보를 사퇴하고 펜스 주지사가 정후보 자리를 이어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내부 당직자 10여 명도 트럼프에게 대선후보에서 즉시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전국위원회(RNC)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RNC 레이스 프리버스 의장은 "어떤 여성도 그런 식으로, 그런 내용의 말로 모욕당해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말했다. RNC는 트럼프 홍보물 발송 담당자에게 '모든 작업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하는 e메일을 보냈다.

미국의 대표적 여성단체인 전국여성기구(National Organization for Women.NOW) 테리 오닐 회장은 "여성에 대한 존중심이 전혀 없고 여성 혐오의 생활습관을 가진 자, 자신의 부를 이용해서 여성들에게 성적 공격을 해왔다고 말하는 사람은 미국의 지도자가 될 수 없으며 되려고 해서도 안된다"고 선언했다.

공개된 파일에 따르면 트럼프는 "일단 스타가 되면 무슨 짓이든 다 받아준다. 어떤 것도 다 할 수 있다. 여성 성기를 움켜쥐어도, 어떤 짓을 해도 된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 활동가이자 여성 작가인 켈리 옥스퍼드는 한 시내버스 광고판에 늙은 남자가 여성의 다리 사이를 움켜쥔 채 웃고 있는 사진의 계정을 광고하며 그런 공격을 당한 사연을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해시태그 '낫오케이(NotOK)'를 달고 있는 여성들 수천명의 사연이 이내 트위터에 올라왔다.

배우 로버트 드니로(75)는 트럼프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다고 말했다. 드니로는 '당신의 내일을 위해 투표하세요' 운동본부가 만든 동영상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개, 돼지, 사기꾼' 등 격한 용어로 비난했다. 그는 트럼프를 가리켜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바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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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는 "남편이 사용한 말들은 용납할 수 없고 내게도 모욕적"이라면서도 "이것이 내가 아는 지금의 그 남자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옹호했다. 또 "그는 지도자의 가슴과 마음을 갖춘 사람"이라며 "국민들이 그의 사과를 받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앞서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내가 잘못했다. 누군가가 상처를 받았다면 사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난 인생에서 물러서 본 적이 없다. 나는 지금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다"고 사퇴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혜민 기자 park.hy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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