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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500호 기획] 정부 예측 실패가 부른 ‘나홀로 가구’의 재앙

중앙일보 2016.10.09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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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윤동현(32)씨는 2년 전 취직을 하면서 직장 근처인 서울 개포동 전용 35㎡(약 11평) 아파트에 4500만원을 주고 전세로 들어갔다. 지은 지 30년이 넘은 아파트라 낡고 불편하지만 재건축을 앞두고 있어 전셋값이 싸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재건축이 본격 추진되면서 다른 집을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다. 윤씨는 “인근 오피스텔 전세는 2억원이 훌쩍 넘고 고시원은 너무 좁다”며 “싸고 혼자 살기에 적당한 집을 찾기 어려워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9년 전 추계와 달리 작년부터 1인 가구 최다
높은 주거비는 결혼·출산 기피 원인

공공기관 직원인 조모(44)씨는 회사가 대구로 이전하면서 경기도 분당에 가족을 남겨 두고 졸지에 기러기생활을 하게 됐다. 지금은 18㎡(약 5평) 남짓한 원룸에 살고 있다. 하지만 올가을에 동료 2명과 함께 방 3개짜리 84㎡(약 25평) 아파트로 이사를 갈 계획이다. 그는 “월세에 비해 원룸의 편의성이 떨어져 동료와 아파트에 사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인 가구가 정부의 예측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주택 공급이 뒤따르지 못하면서 주택 수급의 ‘미스매치’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SUNDAY 창간 해인 2007년 당시 통계청이 발표한 ‘2005~2030년 장래가구 추계’는 2015년 1인 가구가 전체 가구 중 21.1%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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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까지도 2인 가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구 유형일 거라고 예상했다. 예측은 크게 빗나갔다. 통계청이 올 9월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 전수 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는 520만 가구로 전체의 27.2%를 차지했다. 2인가구(26.1%)를 넘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주된 가구 유형으로 올라섰다.

중년층(40~50대) 1인 가구도 2007년 99만5000가구에서 지난해 172만7000가구로 늘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자리 등 이유로 인해 따로 사는 부부가 늘고 미혼·이혼 인구도 증가하면서 중년 1인 가구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택 공급은 이런 구조 변화와 따로 놀았다. 공급되는 아파트는 2~3인 가구를 겨냥한 게 대부분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7년 이후 2015년까지 분양된 전체 아파트 가운데 54%가 60~85㎡ 이하 중형 아파트다. 같은 기간 1인 가구가 살 만한 60㎡ 이하 소형 아파트 공급은 전체의 29.3%에 불과하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 사업자는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형·임대주택 공급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공주택 공급 역시 2~3인 가구에 초점을 맞추면서 1인 가구가 주택 공급의 사각지대로 남았다.

오피스텔·기숙사·고시원 등 ‘주택 외 거처’에 사는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59%를 차지한다. 고시원 등은 주택법의 적용을 받는 건축물이 아니라 최저주거 기준(14㎡)에도 못 미치는 1인 가구의 실태는 파악조차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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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주거 환경과 높은 비용은 청년층의 결혼 기피와 저출산으로 이어진다. 1인 가구는 전체 소비중 20%를 주거비로 쓴다. 3~4인 가구 주거비 비중의 2배 수준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1인 가구의 저소득층 비중이 높고 주택 구매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대형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 매매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새누리당 김현아 의원은 “임대 관련 수수료를 줄여 민간 사업자의 임대업 진출을 촉진하고 1인 가구에 맞는 다양한 주거유형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승민 기자·이우연 인턴기자 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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