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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승계 가려운 곳 ‘지주회사 분할’ 긁어 줘 30조원 특수 배당 요구

중앙선데이 2016.10.09 02:09 500호 18면 지면보기
어제의 적이 내일의 동지가 될까.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반대 투쟁을 벌였던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에 솔깃한 제안을 내놨다. 엘리엇은 지난 5일 삼성전자 이사진에게 ‘주주 가치 제고 제안서’라는 제목의 서한을 보냈다.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할 것과, 지주회사를 삼성물산에 합병할 것을 요구했다.



삼성전자는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회답했다. 경영권 승계를 준비 중인 삼성이 내부적으로 검토해 온 안이다. 최대 계열사인 전자를 쪼개, 성격이 다른 계열사와 합병할 명분 만들기에 고민해왔다. 삼성전자의 지분 0.62%를 보유한 엘리엇은 삼성의 가려운 곳을 꿰뚫어봤다. 전자·물산 합병에 명분을 실어주며 협조 의사를 전달한 셈이다. 엘리엇은 대신 30조원의 특수 배당을 요구했다.


[인물로 본 금주의 경제] 삼성을 고민에 빠뜨린 폴 싱어 엘리엇 회장

삼성전자를 고민에 빠트린 엘리엇을 이끄는 폴 싱어 회장은 국제금융시장에서 기업사냥꾼으로 악명이 높다. 1977년 가족·친구의 돈 130만 달러로 엘리엇을 설립한 싱어 회장은 ‘주주행동주의’ 투자 철학을 앞세웠다. 소액주주 운동과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업의 경영권을 장악하고, 구조조정·자산매각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부풀려 되팔아 이익을 올렸다.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 변호사인 그는 법의 허점도 잘 공략했다. 2000년대 초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아르헨티나 정부 국채(액면가 13억3000만 달러)를 4800만 달러에 사들인 뒤 소송을 통해 16억 달러를 받아내기도 했다. 채권·채무 관계에서 채권자 차별을 금지하는 국제법의 ‘파리 파수’(pari passu) 조항을 걸고 넘어졌다. 이 일은 2014년 아르헨티나 재정위기의 단초가 됐다.



2011년에는 유럽 비료 업체 다니스코의 가치를 10% 이상 부풀려 듀폰에 매각했고, 2005년에는 샵코 매각에도 관여했다. 이런 식으로 연평균 14.6%의 투자 수익률을 올리며 운용 자산 규모를 290억 달러(32조3000억원)로 불렸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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