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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 53% 소득 최저생계비에 미달 … 자녀 있으면 정부 지원 못 받아

중앙선데이 2016.10.09 01:24 500호 4면 지면보기
혼자 사는 노인은 1인 가구로 부르지 않는다. 독립된 가구라기보다 혼자 사는 노인, 즉 독거노인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외로움·궁핍·방기·질병…. 독거노인에게선 이런 아픔이 묻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인 가구는 20대가 가장 많다. 88만7482명이다. 30·50대가 그다음이다. 60·70대는 각각 71만 명, 68만 명으로 젊은 층에 비해 적다. 2030년이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20대는 82만 명으로 줄고, 60대와 70대는 각각 120만 명대로 증가한다. 85세 이상 초고령 독거노인만도 43만 명에 이르게 된다. 저출산·고령화 때문이다.



지난해 혼자 사는 사람 중 노인은 27.3%다. 독거노인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일까. 지난해 4월 제주도에서 있었던 일이다. 구호단체에서 혼자 사는 최모(84) 할머니에게 생활용품을 전달하려고 다음 날 방문하기로 할머니와 약속했다. 다음 날 연락이 안 됐다. 불안한 느낌이 가시지 않아 적십자 봉사회장이 밤늦게 할머니 집을 다시 찾았다. 문이 잠겨 있었다. 문을 두드렸지만 응답이 없었고 인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119의 도움을 받아 문을 열고 들어가니 부엌에 할머니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지만 중환자실 신세를 져야 했다. 저혈당 쇼크였다.


고독사 위험 노출된 독거노인

독거노인은 아프거나 쓰러지면 돌볼 사람이 없는 점을 가장 걱정한다. 노인 실태조사(2014)에서 독거노인의 37.2%가 이 점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들었다. 최 할머니도 적십자 봉사원이 아니었다면 목숨을 잃었을 가능성이 크다. 독거노인은 3개 이상의 복합질병을 앓는 비율이 55.9%에 달한다. 노인 부부(42.2%), 자녀 동거 노인(44.5%)에 비해 높다. 각종 질병에 시달리지만 돌봐 줄 식구가 없다.



그래서 고독사가 어른거린다. 2013년 고독사의 26%가 노인이다. 지난해 2월 서울 용산구 한 다세대주택 단칸방에서 기초수급자 노인(79)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심한 결핵 환자. 열흘간 병원 신세를 지고 나온 지 보름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의료급여 덕분에 건강보험이 되는 진료비는 무료였지만 비보험진료비 30만원이 남았다고 한다. 매달 생계비·주거비 등으로 30만원 정도 정부 보조를 받았다. 월세 15만원을 내고 남은 돈으로 힘들게 살았다.



독거노인은 자녀와 유대관계가 부부 노인보다 약하다. 이웃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항상 외롭다. 경제적 어려움이야 말할 필요도 없다. 가구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독거노인이 53.6%에 달한다. 자녀 동거 노인은 13.3%에 불과하다. 용산구 기초수급자 사망자는 자녀 5명이 있었지만 왕래가 거의 없었고 통장 잔액은 27원이었다. 독거노인은 하루 세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해 결식률이 24%에 달한다. 자녀와 같이 사는 노인(11.2%)보다 훨씬 높다.



또 다른 요인이 옥죈다. 부양의무자 제도다. 기초수급자가 돼 정부 보호를 받으려면 자녀의 부양 능력이 없거나 낮아야 한다. 능력 있는 자녀가 있으면 국가에 손을 벌리지 말라는 뜻이다. 하지만 경제난이 지속되면서 자녀도 살기 어려워 부모 부양이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 성장기에 부모에게서 상처를 받았으면 부모를 거부하기도 한다. 이 경우 극빈자 생활을 해도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 이런 사람이 100만 명이 넘는데 상당수가 독거노인일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도에 사는 장모(74)씨는 과거 사업에 실패해 돈 때문에 자녀들을 힘들게 했다. 부자간에 사이가 벌어졌고 어느 순간부터 왕래를 끊고 부양을 거부하고 있다. 자녀의 소득·재산이 높아 장씨는 국가 지원을 받지 못한다. 지원받으려면 ‘관계 단절’을 입증해야 하는데 부모 입장에서 차마 그러지 못한다. 고혈압·요통 등의 만성질환에 시달리지만 비용 때문에 치료받을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부양의무자가 65세 이상 노인이거나 장애인일 경우 시설에서 퇴소하는 기초수급자에게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노년기가 되면 경제난, 건강 악화, 소외, 사회 참여 제한 등 4가지 고통을 경험한다. 독거노인의 26.3%는 4가지 고통을 다 받는다. 정부가 나서 최우선적으로 이들의 손을 잡아야 한다. 정경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독거노인이 가장 많이 경험하는 문제가 경제난”이라며 “노후 소득 보장체계를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선희(한국노년학회 회장) 공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건강한 노인, 여성 자원봉사자, 대학생 등이 방문해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 교수는 “보건소·복지기관·학교·지역단체 등이 독거노인과 일대일 관계를 맺어 정기적으로 방문하면 좋다”고 설명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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