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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 뭉게구름 그리고 우리 마을

중앙선데이 2016.10.09 00:33 500호 22면 지면보기
오늘 아침 큰아이와 학교에 가던 길, 우리는 자리에 멈추어 섰다. 풍경의 아름다움 때문이었다.



카뮈는 “아름다움의 존재는 두 눈에, 그리고 영혼에 거북스럽다”고 했다. “아름다움은 견딜 수 없는 것이고, 우리를 절망시킨다”고까지 말했다. 하지만 그의 작가수첩에 기록된 아름다움에 대한 단상은 “시간을 따라 끝없이 늘이고만 싶은 한순간의 영원”이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아름다움을 마다할 생명체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는 법이다.


도시남자 이장희, 전원 살다 -14-

우리가 학교 가던 길의 아름다움도 그랬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어느새 노랗게 변한 논과 여전히 짙은 녹음, 그리고 비 갠 파란 가을 하늘과 하얀 구름이 이토록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지녔는지 미처 몰랐다! 우물가에서 떼 지어 날아가는 비둘기를 쳐다보며 목마름을 잊었던 카뮈처럼, 나는 등굣길도 잊은 채 한동안 풍경을 즐겼다. 물론 이 아름다움이 영원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저 지금 이 풍경이 아이의 머릿속에 한 조각의 단편으로 오랫동안 남아 영혼에 거북스럽지 않을 정도로만 불현듯 추억 속에 출현해 줬으면 하는 바람뿐.



 



 



이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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