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重陽 -중양-

중앙선데이 2016.10.09 00:18 500호 29면 지면보기
가을은 조락(凋落)과 성숙(成熟)이 교차하는 계절이다. 중양(重陽)은 수확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명절이다. 한·중·일 세 나라의 풍속은 서로 비슷하지만 제각기 중시하는 명절이 달랐다. 가을이 오면 한국은 추석(秋夕), 일본은 추분(秋分), 중국은 중양을 중시했다. 한국도 국화전을 부치고, 차례를 지내며, 산에 올라 국화를 완상(玩賞)했지만 중국에 비할 바가 못됐다.



한(漢)나라 유흠(劉歆)은 『서경잡기(西京雜記)』에서 한(漢) 고조(高祖)의 후궁인 척부인(戚夫人)의 시녀 가패란(賈佩蘭)이 “9월 9일 수유(茱萸)로 장식하고 쑥떡(蓬餌·봉이)을 먹고 국화주를 마시며 장수(長壽)를 기원했다”고 기록했다. 수유는 귀신을 물리치고, 봉이는 병을 없애고, 국화는 장수를 기원했다.


漢字, 세상을 말하다

음력 9월 9일 중양절은 중구(重九)로도 불렀다. 9가 역경(易經)에서 양수(陽數)인 까닭이다. 1·3·5·7이 모두 양수인데 3월 3일, 5월 5일, 7월 7일은 놔두고 9월 9일을 중양으로 한 까닭은 9가 극수(極數)여서다.



12지(支)에서 9는 술(戌)에 해당한다. 술에는 만물멸진(萬物滅盡)의 뜻이 있다. 이를 방지하고자 중양에 무병장수를 기원했다.



양구(陽九)는 재앙이 닥치는 불행한 고비(厄會·액회)로 여겨졌다. 『한서(漢書)』 흉노전은 “지금 천하가 양구의 재앙을 맞았다(今天下遭陽九之厄)”고 적었다. 남송(南宋)의 문천상(文天祥)은 ‘정기가(正氣歌)’에서 “탄식컨대 내가 재난을 만났어도, 죄수의 처지니 실로 힘이 없다(嗟予?陽九 隷也實不力)”고 노래했다. 중양절에 액막이를 하는 이유다.



진(晉)의 은자 도연명(陶淵明)은 중양을 좋아했다. “내가 한가로이 지내면서 중구라는 이름을 좋아함은 가을 국화가 뜰에 가득 차고 술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余閒居 愛重九之名 秋菊盈園 而持?靡由).” 친구 왕홍(王弘)이 흰옷 입은 하인을 시켜 술을 선물한 ‘백의송주(白衣送酒)’의 고사다. 희소식을 가져오거나 어려운 지경에 도움을 준다는 뜻이다.



올 중양절이 중앙SUNDAY 500호 발간일과 겹쳤다. 중앙(中央)은 한가운데다. 지령 1000호, 1만호 너머까지 ‘백의송주’하는 신문이길 기대한다.



 



신경진베이징 특파원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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